[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돈의 논리’는 명확하다. e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가 대표적이다. 규모의 스포츠가 됐다. 돈을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 결과값도 달라진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판을 들여다보면 더 확실해진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대표적이다. 2018년 락스 타이거즈를 인수 창단 후 6년 만에 LCK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인수 초기 ‘육성’에 기조를 두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1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에 올랐지만 그 뿐이다.
결단을 내렸다. ‘육성’에서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바이퍼’ 박도현, ‘제카’ 김건우 등 큰 몸값을 지불하고 영입했지만 2% 부족했다. ‘LCK 우승, 롤드컵 진출’이란 과제를 풀지 못했다. 그래서 2024시즌을 앞두고 LCK 우승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 정글러 ‘피넛’ 한왕호에 이어 ‘딜라이트’ 유환중까지 품었다.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팀을 완성했다.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LCK 스프링 정규리그에서 15승3패를 기록,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 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유의미한 성과였다. 이번 서머 정규리그에서는 2위로 PO에 올라 결승진출전에서 ‘난적’ T1을, 결승전에서 ‘최강’ 젠지를 차례대로 격파하며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인수 창단 후 첫 우승이다.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롤드컵 진출 팀 면면을 봐도 그렇다. 한화생명에 이어 젠지, 디플러스 기아, T1까지 돈을 쓴 ‘빅4’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한화생명은 100억원 이상 쓴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T1도 한화생명 못지 않게 썼고, 젠지가 70억~80억원, 디플러스 기아가 약 60억원 정도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T는 30억원 후반 정도”라고 덧붙였다.
반대편에 OK저축은행 브리온이 있다. 브리온은 올해 스프링, 서머 정규리그 모두 ‘꼴찌’다. e스포츠 관계자는 “선수, 감독 연봉 등을 포함해 브리온이 쓴 돈은 10억원 내외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프로스포츠가 자본 논리에 충실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규모의 싸움, 중간쯤 애매한 위치에 있는 KT 롤스터. 재계 순위 12위, 굴지의 대기업 KT가 모기업이지만 e스포츠 구단에 돈을 안 쓴다. 관심이 ‘1’도 없어 보인다. KT는 IT·통신을 주력으로 콘텐츠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차세대 스포츠로 각광받는 e스포츠는 뒷전이다. 오히려 e스포츠 ‘비용삭감’을 외친다. 롤스터 운영은 ‘보여주기 식’이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던 KT스포츠단 수장의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 된 모양새다. 올초 스포츠서울과 만난 KT스포츠 이호식 대표는 “e스포츠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KT를 비롯해 투자할 의지가 없는 구단이라면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에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