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체조경기장, 주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최초’ 수식어를 갈아치웠던 아이유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을 앞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다시 떠오른 잔디 훼손 문제로 공연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아이유는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더 위닝’을 연다. 이로써 아이유는 무려 두 개의 스타디움을 섭렵하는 최초의 솔로 여가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공연을 눈 앞에 두고 불똥이 튀었다. 최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이후 잇따른 잔디 훼손을 우려하는 축구 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이유 외에도 세븐틴과 임영웅이 이곳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임영웅은 그라운드 좌석 배치를 포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 역시 “통풍이 잘되고 물을 줄 수 있게 구멍이 뚫린 잔디 보호대를 설치해 물을 주는 등, 공연장 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유관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잔디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일부 축구 팬들은 약 10만명 규모의 아이유의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마치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 책임이 아직 콘서트를 치르지 않는 아이유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모양새다.
왜 축구전용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중문화 행사를 여느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연장 급감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요, 공연계의 고충이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2026년까지 리모델링을 실시하면서 현재로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 됐다. 4만5000명 안팎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고척스카이돔과 케이스포돔보다도 세 배 높은 좌석 수를 자랑한다.
그나마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수원월드컵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정도다. 인천 영종도에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지난해 문을 열었지만 1만 5000석 규모로 객석 수가 적고 서울 도심과 지방에서의 접근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고척스카이돔은 야구시즌에는 대관이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경기도 고양시에 설립 예정이던 CJ 라이브시티는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대관 전쟁이 심해졌다. 서울 창동에 짓고 있는 서울아레나는 3년 뒤인 2027년 3월에 준공된다.
서울시 역시 현재 서울시 내에 대형 공연장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대관을 완전히 막지는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무대설치, 잔디 사용 등 안그래도 까다로운 대관 요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대형 공연장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스타디움 공연을 고집하는 해외 인기 가수들은 아예 내한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가수들에겐 전보다 더 큰 공연장에서 높아진 티켓 파워를 입증하는게 중요한데, 결국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는 여러 회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티스트의 체력적 한계와 연출과 공연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흥민도 아이유도 죄가 없다. 애초에 축구전용구장을 공연장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문제”라며 “K팝의 인기로 돔을 넘어 스타디움 투어 아티스트가 늘고 있는데, 공연장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대관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