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캠프부터 선발 야구를 계획했다. 불펜 무게가 줄어든 만큼 선발이 이닝을 끌어줘야 마운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선발 야구가 되기는 했다. 지난 25일까지 선발진이 747이닝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또한 58회로 1위다. 2명이 로테이션을 완주했고, 이별한 외국인 투수 포함 5명이 110이닝 이상을 소화한 LG 선발진이다.

하지만 목표인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그 때문에 마냥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선발 야구는 됐는데 불펜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24로 2위. 반면 불펜 평균자책점은 5.27로 8위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이 부문 1위였던 불펜 왕국이 폭삭 내려앉고 말았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변칙을 꾀한다. 정규시즌 순위가 3위로 확정됐고 준플레이오프(준PO)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부지런히 테스트에 임한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5일 “준PO에서 외국인 투수 중 한명은 무조건 불펜으로 간다. 상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두산이 올라오면 최원태도 불펜으로 갈 수 있다. 준PO는 선발 3명, 준PO 승리시 PO는 상황과 피로도에 따라 결정한다. 준PO시리즈가 길게 가면 PO에서 선발은 4명, 짧으면 3명으로 간다”고 밝혔다.

준PO 상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두산 KT SSG가 여전히 4·5위 대결을 하고 있다. 두산의 4위가 유력하지만 5위를 두고는 KT와 SSG가 초접전이다. 따라서 LG는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준비한다. 두산, KT, SSG 중 누가 준PO에서 맞붙느냐에 따라 선발진과 불펜진 구성이 달라질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디트릭 엔스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외국인 선발 듀오 해체다. 염 감독 말대로라면 준PO 상대와 관계없이 둘 중 한 명은 선발로, 한 명은 불펜으로 간다. 정규시즌 선발 등판을 마친 엔스가 엔트리에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스는 26일 잠실 키움전, 혹은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중간 투수 테스트에 임할 전망이다. 즉 엔스가 중간 투수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불펜 지원군이 결정된다.

에르난데스는 이미 불펜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지난 8월29일 잠실 KT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 9월21일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남다르게 빠른 투구 템포에 상대 타선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선발 등판 시에도 그랬다. 10경기 42이닝으로 표본은 적지만 상대 타선과 처음 상대할 때 피안타율 0.159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85로 막강했다. 하지만 타선이 한 바퀴 돌고 난 후 두 번째 상대할 때는 피안타율 0.340 WHIP 2.03으로 수치가 폭등했다. 에르난데스의 투구 템포를 경험한 타자들이 두 번째 타석부터는 이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올해 미국에서 중간 투수 등판 경험도 있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중간 투수로 등판하는 엔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LG는 오는 30일부터 2군 시설인 이천에서 합숙 훈련에 돌입한다. 투수는 정규시즌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컨디셔닝에 초점을 맞추고 야수는 타격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타격이 터져야 한다. 체력 관리하면서 타격을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