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워낙 혹평을 심하게 받은 시즌1보단 나아졌지만, 실망감을 지울 순 없다. 79년이 지나 경성에서 서울로 배경을 옮겨오는 과정에서 시대적 통찰은 엿보이지 않는다. 크리처를 앞세운 장르적 특성도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등장하는 장면도 많지 않다. 크리처 장르를 트렌드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전체적인 구조는 시즌1의 답습이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2’는 작품적으로 또 아쉬움을 남겼다.

호재(박서준 분)는 기억을 잃었다. 부강상사를 운영하는 권용길(허준석 분)이 하는 말을 믿을 뿐이다. 부강상사라는 불륜 현장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는 회사다. 남의 잘못을 들춰 생존할 뿐 정의는 없다. 호재가 불륜 현장을 덮치려 찾은 곳에 살해된 시신과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과 몸싸움을 벌였는데, 막강하다. 한 주먹하는 호재가 호되게 당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살인자의 누명을 쓴 것. 살인용의자가 된 호재는 어쩔 수 없이 진범을 찾아나선다.

‘경성크리처2’의 구조는 시즌1을 답습했다. 전당포 금옥당의 실소유주 태상(박서준 분)은 부강상사에서 불륜 현장을 파는 장호재로 변했고, 죽은 어머니를 찾았던 채옥은 은제비가 돼 기억을 잃은 태상을 찾는다. 전승제약은 옹성병원의 그것과 닮았다.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나월댁(김해숙 분)에서 권용길과 여명준(이성욱 분)으로 바뀐 셈이다. 배경만 달라졌을 뿐 익숙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시즌1에서 크리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시즌2에서 크게 바뀐 점은 없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얼굴을 드러낸다. 크리처가 왜 생산됐고, 무슨 이유로 유지가 되고 있는지, 크리처가 가진 상징성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일제의 욕심과 제약회사의 욕심이 이어진다고 하기엔 빈틈이 너무 크다. 그저 비슷한 존재가 운영한다는 공통점 뿐이다.

정동윤 감독은 “시대가 변해도 악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용서와 망각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고 했다. 일제시대의 인물들이 그대로 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할 거리는 없다. 악인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전통의 권선징악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악인이 왜 큰 돈을 들여가며 크리처를 유지하는지도 설명이 부족하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지점도 없다. 악인 중 한 명을 사이코패스로 만들어내는 서사도 클리셰가 짙다.

액션은 확실히 좋아진 편이지만, 너무 어두운 공간에서 펼쳐지다 보니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이네임’으로 다져진 한소희의 몸놀림만 눈이 갈 뿐이다. 호재가 중력을 이겨내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나 엄청나게 큰 수조를 맨주먹으로 파괴하는 대목은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더 디테일한 연출이 필요했다.

시대극이었던 시즌1에서 갈피를 못 잡았던 한소희와 박서준은 2024년으로 오자 안정감을 찾았다. 매 장면이 어색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깊이감이 생겼다. 다만 채옥과 호재의 러브스토리가 썩 와닿지 않는다. 그저 절절하기만 하다. 태상이었던 시절부터 그리워한 채옥의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빠르게 채옥에게 마음을 연 호재의 태도는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성욱과 허준석, 배현성, 이무생이 그나마 빈틈을 매우 잘 채웠다. 특히 배현성은 선한 이미지를 뒤집고 강력한 사이코패스를 훌륭히 표현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큰 결핍을 사나운 눈매로 그려냈다. 언제나 힘 센 악역을 훌륭히 표현한 이무생이나 능글능글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한 감정을 던진 이성욱과 허준석이 작품의 밸런스를 맞췄다. 최종 빌런에 해당하는 마에다 역의 수현 역시 아우라는 보여줬다. 시즌1보다 시즌2가 나았던 대목은 조연들의 열연이다.

시리즈는 쿠키영상으로 시즌3를 암시했다. 한쪽 눈을 잃은 승조(배현성 분)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넓게 열어놨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킬 동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