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경기전 사랑탑의 바람이 대부분 이뤄졌다. 빅볼과 스몰볼이 조화를 이루며 승기를 잡았다. 기대했던 홈런 2개가 터졌고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손주영이 더할 나위 없는 투구를 펼쳤다. LG가 준플레이오프(준PO) 시리즈를 리드했다.
LG는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준PO 3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준PO 시리즈 전적을 2승 1패로 만들었다. 1승만 더하면 삼성과 한국시리즈 진출이 걸린 PO에 임한다.
정말 말하는 대로 이뤄졌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수원에 온 만큼 빅볼을 하고 싶다. 예전부터 말했지만 홈에서는 뛰는 야구, 원정에서는 빅볼을 하고 싶다. 빅볼이 된다면 경기가 조금 더 잘 풀릴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준PO 1, 2차전에서는 나오지 않은 홈런이 3차전에서 나왔다. 2회초 박동원이 선취점을 뽑는 솔로포. 5회초 오스틴 딘이 역전을 이끄는 결승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데자뷰 같은 일이었다. 지난해 KS 3차전 또한 LG와 KT의 수원 경기였고 이때도 박동원과 오스틴이 홈런을 쳤다. 오스틴은 홈런을 친 투수도 같았다. 작년 KS 3차전에서도 오스틴은 벤자민에 맞서 3회 3점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염 감독의 마운드 운영 전략도 적중했다. “잘할 때가 됐다. 오늘은 긁힐 것 같다”고 했던 최원태 호투 예상은 맞지 않았느나 다음 카드가 절묘하게 맞았다. 준PO에서 과감하게 불펜에 대기시킨 선발 손주영의 중간 등판이 이날 LG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주영은 3회말 2사 1, 2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철벽이었다. 정규시즌 LG 최대 수확임을 증명하듯 구위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바꿨다. 손주영이 KT 타선을 압도했기에 LG가 마운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리드할 수 있었다.
이날 손주영은 64개의 공을 던지며 5.1이닝 2안타 7삼진 0볼넷 무실점했다. 통산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페넌트레이스 국내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 2위(3.79)로 활약했던 모습이 첫 가을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갔다. 9회말 유영찬이 배정대에게 2점 홈런을 맞았으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려 승리를 완성했다.
스몰볼도 빛났다. 3회초 선두 타자 박해민이 2루타로 출루하자 문성주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찬스에서 홍창기가 적시 2루타를 날려 득점했다.
6회초 득점도 전략에서 나왔다. 선두 타자 김현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김현수를 대주자 최승민으로 바꿨다. 최승민은 문성주의 중전 안타에 2루 베이스를 지나 3루까지 닿았다. 주력이 있는 최승민으로 1사 1, 3루가 됐고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6점째를 뽑았다.
단기전은 감독 역량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 감독은 1차전 패배 후에도 팀 컬러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고 이는 2차전 반격으로 이어졌다. 1차전을 대주자 도루 실패로 허무하게 패했음에도 2차전에서 더블스틸을 강행했고 이는 승기를 잡는 묘수가 됐다.
마운드 운영도 그렇다. 선발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기용했고 에르난데스는 3연속경기 무실점. 3차전은 손주영을 불펜 등판시켜 또 대성공을 거뒀다. 정규시즌 내내 불펜진이 고전하자 과감하게 보직 파괴를 실행해 불펜 약점을 극복했다.
이제 PO까지 1승 남은 LG다. 염 감독은 머릿속에는 준PO 4차전 엔스+에르난데스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투수 기용 하나로 운명이 갈리는 가을 야구 방정식을 절묘하게 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