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경기 흐름을 바꾼 5.1이닝 투구였다. 더할 나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LG 손주영이 준플레이오프(준PO) 시리즈 리드를 가져오는 파워피칭을 펼쳤다.

손주영은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3회말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최원태 다음 두 번째 투수로서 포스트시즌 데뷔전에 임했는데 바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적시타는 맞았으나 이후 8회까지 허용한 안타는 단 하나였다. 0볼넷 7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이날 경기 MVP가 됐다.

호투 비결은 구위였다. 시속 140㎞ 후반대 속구의 RPM(분당평균회전수)이 2500대에서 형성됐다. 포심 패스트볼 RPM이 2300대만 되도 상위권인데 손주영의 속구는 최상위권이다. KT 타자들의 배트가 늦고 정타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LG는 손주영의 호투와 5회초 오스틴의 3점 홈런. 그리고 6회초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9회말 유영찬이 배정대에게 2점 홈런을 맞았으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등판해 세이브를 올렸다. 6-5로 승리한 LG는 준PO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리드했다. 정규시즌 LG 최고 수확인 손주영이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렬한 피칭을 한 준PO 2차전이었다.

다음은 경기 후 손주영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경기전 인터뷰에서는 나가면 9회까지 끝내겠다고 했었다.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벤치에서 바꾸자고 해서 바뀌게 됐다.

-감독님은 RPM이 8회부터 떨어졌다고 하더라.

그런 느낌은 없었다. 8회에도 밸런스는 괜찮았다.

-여러모로 낯선 상황에서 등판했다. 등판한 순간이 주자가 깔린 상횡이었고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기도 했다.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나?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포스트시즌이지만 작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었다. 그 분위길르 알기 때문에 막 긴장되지는 않았다. 긴장보다 설레면서 집중하고 여유도 느껴졌다.

-정규시즌 KT 상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안 좋은 건 전반기 2경기였다. 후반기에는 좋았다. 후반기에는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그리고 단기전은 모른다고 생각한다. 와일드카드에서도 곽빈이 KT에 강하지 못했다. 벤자민도 두산에 약하다고 했는데 잘 던졌다. 단기전은 그런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늘 처음 치른 단기전인데 실제로 다르다고 느꼈나?

포스트시즌은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경기를 해보니 그렇게까지 다른 것은 없다. 위기때 달아오르는 스타일인데 위기가 많지 않았다.

-3회에 나오자마자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다.

오랜만에 등판했는데 생각보다 마운드가 높고 공이 잘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최)원태 형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실점만 안하면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공이 평소보다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나? RPM은 잘 나왔는데.

회전수는 잘 모르겠는데 평소보다 속구에 무게감이 있다고 느꼈다. 최고 구속은 높지 않았는데 평균 구속은 잘 나왔다.

-오늘이 가장 잘 던진 날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이 더 잘 한 것 같다. 그때도 중요한 경기였고 공도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정규시즌에도 만원 관중 경기를 많이 했다. 말한 것처럼 작년에 한국시리즈 분위기도 느꼈다. 이렇게 많은 관중을 경험한 게 오늘 도움이 됐나?

확실히 도움이 됐다. 올해 정규시즌만 봐도 주말 경기가 많았다. 한국시리즈 열기는 더 대단했다. 관중 많은 상황을 계속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

-다음에는 선발 등판하고 싶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PO에 가면 선발 등판한다고 하셨다. 기대하고 있다.

-준PO가 5차전까지 갈 수도 있다. 5차전가면 나올 수 있나?

던질 수 있다. 그런데 오늘 같은 공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웃음)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