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알계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동휘(이동휘 분)는 불만이 많다. 대중이 자신을 웃기기만 하는 배우로 인식하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작품은 늘 코미디만 들어온다. 메소드 연기에 목마른 동휘는 코미디 작품은 거절했다. 가족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계인’만 본다. 그러다 정통사극 ‘경화수월’ 출연을 제안받는다. 역할은 임금이다. 대본을 봐도 웃길 구석이 없다. 동휘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정통사극은 느닷없이 장르가 바뀐다. 혼란에 빠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메소드 연기’는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동휘를 앞세웠다. 이기혁 감독이 2020년 연출한 동명 단편영화를 확장해 만든 작품이다. 당시 주인공도 이동휘였다. 이동휘가 배우로서 가진 사연에 가족 간의 소통에 있어 답답함을 느끼는 감독의 얘기를 버무렸다. 기본적으로 웃음을 베이스로 깔고 슬픔과 아픔, 분노, 욕망, 사랑 등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모두 담았다. 감정이 풍부할 뿐 넘치지 않는다.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소드 연기’는 연출가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초반부 독특한 조명과 카메라 구도로 몰입을 이끌고, 반 템포 빠른 호흡으로 웃음을 만든다. 100여명이 등장하는 ‘떼신’도 정교하다. 후반부 예상 밖의 서사는 눈물을 떨구게 한다. 주요 장면은 물론 슬그머니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연출가의 고심과 정성이 전달된다.
웃길 줄 아는 배우 이동휘는 오히려 웃음을 줄였다. 늘 진지하고 과묵하다. 집에서 말이 없는 이 감독의 평소 성격을 담았다. 연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와 별것도 아닌 일에 땡깡 부리는 얼굴을 절묘하게 그렸다. 절제의 미학을 과시한 이동휘는 후반부 3분을 넘는 롱테이크 신으로 위대한 연기를 펼쳤다. 영화 시상식 노미네이트될 만한 에너지다.
연출을 하기 전 배우를 먼저 시작한 이 감독의 디렉션이 절묘했던 것일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빈틈이 없다. 동휘 친형 동태 역의 윤경호, 모친 정복자 역의 김금순, 매니저 박대표 역의 윤병희는 감정의 폭을 넓혔다. 특히 윤경호의 다양한 기술과 김금순의 포용력이 눈에 띈다.
정태민으로 분한 SF9 찬희는 음흉함으로 동휘에 대한 악감정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연기돌’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힘이다. 동휘에게 복수하는 인물이지만, 끝내 미워할 수는 없는 매력을 담았다. 드라마 PD 임감독은 연기 잘하는 공민정이다. 극의 묘한 긴장감을 이끌었다.
사극 제목 ‘경화수월’은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거울에 비친 꽃과 물에 비친 달, 눈에 보이지만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 말처럼 동경하고 좋아하면서도 시기하고 분노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담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한다. 보고 나면 묘한 먹먹함과 여운을 느끼게 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