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김태리는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를 두고 감자가 사람이 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전라도 촌에서 생선 팔던 어린 여성이 국극 스타가 되는 과정을 김태리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3회에선 여러 장애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방자’를 찾은 정년의 얼굴이 담겼다. 감자에서 사람이 되는 첫 발걸음을 멋지게 뗀 셈이다.

정년은 어머니 용례(문소리 분)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소리 DNA 말곤 다른 기술은 부족했다. 연기나 춤은 초보를 벗지 못했다. 이를 알고 있는 영서(신예은 분)는 정년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연구생 국극에 방자라는 큰 역할을 줬다.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답답해 하던 정년은 우연히 장터에서 본 탈춤꾼을 스승삼아 일주일 내내 따라다녔다. 공연 하루 전 돌아온 정년은 ‘나만의 방자 찾느라 늦었다’는 모호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결전의 연구생 자선 공연이 시작됐다. 영서는 자신감 넘치는 자태로 무대에 섰다. 반면 첫 대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듯 보였던 정년이는 이내 무서운 기세로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객석을 쥐락펴락했다. 주인공 이몽룡 못지않게 주목 받는데 성공했다. 마치 연기에 눈을 뜬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지팡이가 부러져 느닷없이 넘어져 공연의 흐름이 끊긴 상황에서조차 몰입을 잃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 끝내 작품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무리 됐다.

매란국극의 문옥경(정은채 분), 강소복(라미란 분) 등 주요 인물의 인정을 받을만한 연기였다. 아울러 국극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많은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도 성공했다. 한국판 오페라라 불리는 국극은 광복 직후에 성행했다가 1960년 이후 쇠퇴했다. 한국의 역사지만, 다소 낯설 수밖에 없는 소재다. 김태리를 비롯한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기대를 뛰어넘는 무대 연출로 적잖은 불안요소를 이겨냈다.

아울러 ‘정년이’는 현 시대 젊은 청년을 대변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쫓는 것조차 각박하고, 기회조차 잡기 힘든 현실에서 정년의 노력과 열정, 희망은 젊은 새대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평범한 언니 정자(오경화 분)의 지지를 받은 정년이 꼭 꿈을 실현하길 바라고 있다. 정년의 서사가 꼭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고 공감된다는 의미다.

시청률로 증명됐다. ‘정년이’ 3회는 전국 가구 평균 9.2%, 최고 11.0%까지 치솟았다. 지난2회에 비해 1%p 상승한 수치다. 1회 4.8%에 비해선 4.4%p나 올랐다. 거침없는 ‘정년이 돌풍’을 입증한 셈이다. 이제 겨우 연구생 공연일 뿐, 앞으로 큰 무대가 계속 남아 있다. 무대 촬영만 약 1주일 이상 소요될 정도로 제작진과 출연진의 피, 땀, 눈물이 담겨 있다. 시청률과 관심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