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가장 오래 야구하는, 약속의 2025시즌을 만들겠다.” “팬여러분이 원하는 건 승리뿐이다.”

‘국민타자’와 ‘전력의 절반’이 한(限)을 품었다. 잠실의 맹주라는 자존심에 2연속시즌 상처를 입어 물러날 곳 없다는 비장함이 서렸다. 실현여부와는 별개로 ‘악으로 깡으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묻어났다. 팬에게 꽤 실망감을 안긴 두산 얘기다.

두산 선수들이 모처럼 팬 앞에 섰다. 지난달 3일 와일드카드결정전 2차전에서 0-1로 패해 ‘업셋의 희생양’이 된지 50여일 만이다. 2024 곰들의 모임을 통해 팬을 만난 이승엽 감독과 신임주장 양의지는 지난 2년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에는 기필코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년은 이 감독의 임기 마지막 해다.

이 감독은 “지난 두 시즌을 허무하게 빨리 마무리했다. 코치진, 선수단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돌아봤다.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김한수(2023년) 박흥식(2024년) 코치 등 삼성 시절 호흡을 맞춘 선배들과 손발을 맞췄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무엇보다 ‘명 타격코치’와 ‘국민타자’의 만남으로 큰 기대를 모은 타격 파트가 제구실을 못했다.

부상자가 많았고,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얕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선수층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두껍게 쌓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1, 2군 코치진이 옥석을 얼마나 빠르게 다듬느냐가 승부처다. 두산의 지난 2년은 그래서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한 야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약속의 8회’를 꺼내들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전 8회 극적인 역전 결승홈런을 때려낸 장면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 선전할 때마다 8회에 부쩍 힘을 낸 것을 빗댄 셈이다. 야구는 한 경기에 최소 세 차례 기회를 잡기 마련인데, 공교롭게도 8회에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빈도가 잦다. ‘약속의 8회’는 야구를 인생에 비유할 만큼 촘촘하게 설계한 덕분에 만들어진 이미지다.

그는 “내년은 두산 베어스에 ‘약속의 2025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개구단 중 가장 오래 야구하는 팀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양의지도 팬 앞에 섰다. 그는 “주장이 되니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김)재호 형이 은퇴하면서 최선참이 됐다. 좋은 성적으로 내년 곰들의 모임 때 인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캡틴’ 이미지가 강하지만, 양의지가 두산에서 주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선수단 투표로 완장을 찰 뻔했지만, 당시 사령탑이던 김태형 감독(현 롯데)이 “포수는 신경 쓸 게 많고, 나이도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속칭 퇴짜를 놓았다.

양의지는 “나이를 실감하기도 한다”면서도 “언젠가는 은퇴를 하겠지만, 그때까지 제2의 김재호와 허경민이 나올 수 있도록 후배들을 많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는 어깨 쇄골 염증 탓에 정상출전을 못했다.

팀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곱씹었다던 양의지는 “팬이 원하는 건 승리뿐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선수단 모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길, 결국 이 감독과 주장 양의지가 만들어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