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태하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울산 HD와 경기에서 연장 끝에 3-1로 승리해 정상에 섰다. 지난해까지 FA컵으로 불린 이 대회에서 2연패이자 통산 6번째 우승(1996 2008 2012 201 2023 2024)에 성공했다.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상 5회)을 제치고 최다 우승 팀으로 등극했다. 더불어 리그 6위를 기록한 포항은 코리아컵을 제패하면서 차기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2 출전권을 바라보게 됐다.
현역시절 포항에서만 뛴 박 감독은 올 시즌 FC서울 김기동 감독의 뒤를 이어받아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시즌 주축 자원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박 감독과 포항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하지만 포항은 전반기 내내 선두권을 형성했다. 추가시간 득점이 연달아 터지며 ‘태하 드라마’라는 별명도 박 감독과 포항을 수식했다.
그러나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주축 수비수 이동희와 이호재가 연거푸 부상으로 이탈하며 하락세를 걸었다. 충격의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파이널 라운드에 들어서는 5경기에서 2무3패를 거둬 순위도 6위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도 떠올랐다.
박 감독은 코리아컵 결승을 위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요코하마(일본) 원정을 사실상 B팀으로 꾸렸다. 울산을 상대할 맞춤 전술도 계속해서 점검했다. 박 감독은 결승전에서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던 완델손을 ‘반대발 윙어’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내세웠다. 완델손은 후반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박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교체 카드도 모두 적중했다. 후반 교체로 투입된 김종우가 2도움, 김인성이 헤더 결승골을 넣었다. 연장에는 조르지 대신 투입된 강현제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더욱이 결승전에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포항 원정 응원 팬이 운집했다. 포항에서 서울로 향한 버스만 74대였고, 원정 응원석에만 1만명이 자리 잡아 포항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올해 (늦게 부임해) 급하게 시작했다. 초반에 선수의 땀과 노력의 결실뿐 아니라 운도 따랐다. 이후 굉장히 좋지 않은 결과로 힘들었다. 그래도 팬이 응원해줬다. 6연패를 극복할 힘이 됐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박수받을 상황이 돼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포항에서 4번째 코리아컵 우승을 해낸 베테랑 신광훈은 “그게 포항만의 뭔가가 있다”라며 “올해 포항에 처음 온 김성재 코치도 ‘포항에 뭔가가 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시더라. 정확하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10년 전도 지금도 이런 걸 보면 (클럽하우스가 있는) 송라에 기운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껄껄 웃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