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현역 생활 황혼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선수의 욕망과 챔피언 옷을 벗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리모델링을 지향하는 구단 입장이 똑 들어맞았다. 국가대표 공격수인 베테랑 주민규(34)와 지난해 K리그1 3연패 금자탑을 세운 울산HD다.
올겨울 K리그1 ‘대형 이적’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간판 골잡이 주민규가 ‘챔피언’ 울산을 떠나 지난해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1부에 생존한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전격 이적,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스포츠서울 2024년 12월31일 온라인 단독 보도>. 대전 구단은 5일 주민규 영입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주민규는 3일 울산에서 이별 인사한 뒤 대전 새 시즌 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본지 취재 결과 대전은 10억이 넘는 연봉을 책정,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로 주민규를 품었다.
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리그 대표 공격수다. ‘만추가경(晩秋佳景)’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2부 소속 고양 Hi FC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본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2015년 서울이랜드로 이적한 뒤 공격수로 전격 변신, 그해 23골(39경기)을 넣었다. 상무에서 군 복무한 2017년 처음으로 1부를 경험했는데, 17골(32골)을 터뜨리며 최상위 리그에서도 제 가치를 뽐냈다.
등지는 플레이와 탁월한 골 결정력이 트레이드 마크다. 각각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에서 뛴 2021년(22골·34경기), 2023년(17골·36경기)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해도 울산이 3연패를 확정하는 ‘우승 골’을 포함해 10골을 넣으며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유독 닿지 않았던 꿈은 태극마크였다. 지난해 초까지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등 외인 사령탑이 A대표팀을 지휘했는데 그를 외면했다. 주민규의 A대표팀 발탁 꿈을 이루게 해준 건 황 감독이다. 그는 지난 3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았는데, 주민규를 최초 발탁했다. 이후 주민규는 홍명보 정식 감독 체제까지 꾸준히 A대표팀에 승선, 최고령 A매치 데뷔골(지난해 6월8일 싱가포르전·34세 54일) 등 인생 역전 시나리오를 지속했다.
국가대표 꿈을 이루게 해준 ‘은인’ 황 감독과 마침내 클럽에서 재회한다. 선수로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주민규는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뿐 아니라 현역 시절 자신과 같은 등번호인 ‘18’을 달고 뛴 롤모델 황 감독 아래 마지막 도전을 그리는 꿈같은 시간을 얻게 됐다.
울산은 과거 왕조 구축에 성공한 여러 팀이 선수단 리모델링을 등한시하다 추락한 역사를 주시, 대대적인 개혁을 그린다. 공격 지향적 수비를 지향하는 김판곤 감독 색채에 맞는 선수 수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주민규와 ‘아름다운 이별’은 예고돼 있었다.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명목상 이적료만 받고 유연하게 계약 해지에 동의했다. 그의 마지막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kyi0486@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