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마스터즈 섹션 상영작을 공개했다. 마스터즈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개척하며 영화 문화를 창조해 온 거장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섹션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15편(장편 9편, 단편 6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올해는 잘 알려진 거장들뿐 아니라 숨은 거장의 신작 발굴에 힘을 썼다.

영국 리얼리즘의 거장 마이크 리의 신작 ‘내 말 좀 들어줘’는 평화를 느끼기 힘든 시대에 현자가 건네는 따끔한 일침을 담고 있다. 삶은 욕망과 우연의 미스터리임을 아는 작가인 프랑수아 오종의 ‘가을이 오면’은 가족의 평안이 행복의 전부인 노년기의 두 여성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심리 스릴러다.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의 대가이자 빛의 마술사인 퀘이 형제가 오랜만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영화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는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동명소설을 물성화한 미스터리 영화다. 사회에 존재하지만, 시스템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주목해 온 아다치 마사오의 ‘도주’는 평생 도망을 다닌 테러리스트가 죽음 앞에서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고야 마는 모순을 그린다.

에번 존슨, 게일런 존슨, 가이 매딘의 ‘뜬소문’은 정상회담 G7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 세계의 종말을 마주하게 된 국가의 대표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풍자극이다. 케이트 블란쳇, 알리시아 비칸데르, 로이 뒤퓌, 찰스 댄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라디오 온’(1979), ‘런던 순환도로’(2002)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페팃 감독이 에마 매슈스와의 공동 연출로 만든 신작 다큐멘터리 ‘너와의 거리’는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부모의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과 그들의 시간을 시각화해 완성도 높은 영화로 승화시켰다.

제임스 베닝의 ‘소년’은 그의 ‘아메리칸 드림’(1984)과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다큐멘터리다. 미니어처 수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배경에는 다양한 시대의 노래와 정치적 연설이 흘러나오는데, 제임스 베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과거를 보면 미래에 대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틀즈의 노래 가사가 제목인 안드레이 우지커의 신작 ‘오늘 우리가 했던 말’에서는 비틀즈의 공개되지 않은 영상과 당시 비틀매니아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실험영화 감독인 존 스미스의 다큐멘터리 ‘존 스미스 되기’는 자전적 영화로 자신의 이름에서부터 출발해 그의 삶과 작업을 훑어나간다. 실재하는 이미지를 이용해 허구를 창조하는 영화적 구성에 뛰어난 그의 전작인 ‘껌을 씹는 소녀’ ‘블랙 타워’도 함께 상영한다. 두 영화는 실험영화로도 유머러스한 극과 미스터리한 공포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다큐멘터리로 돌아온 드니 코테의 ‘폴’은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폴이 자신의 방을 벗어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관찰함으로써 ‘건강하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신작 단편이자 실험영화인 ‘니키의 마지막 나날’도 함께 상영된다.

장뤼크 고다르 사후에 나온 그의 다큐멘터리 2편도 관객과 만난다. ‘시나리오’와 ‘영화 ‘시나리오’ 발표’는 고다르의 영화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그가 말했다시피 영화의 역사가 작은 영화에서 만들어졌음을 확인시켜 준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번 마스터즈 섹션은 작금의 시대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제 역할에 대한 답을 하는 행위이자 영화제의 방향성 제시이기도 하다”며 “다이아몬드를 캐는 광부의 마음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더 알려져야 할, 장인들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내달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