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전기차 시대, 포르쉐가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바로 마칸 일렉트릭이다. SUV지만 스포츠카 감성을 잃지 않았고, 전기차지만 내연기관 모델이 주는 주행 재미를 고스란히 유지한다.

마칸 일렉트릭의 첫인상은 날렵하고 공격적이다.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엔진룸이 사라졌고, 이를 활용해 휠베이스가 86㎜ 늘어나면서도 전고를 낮췄다. 덕분에 SUV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카 특유의 낮고 넓은 실루엣을 유지한다.

전면부는 밀폐형 하부 커버와 액티브 쿨링 플랩을 적용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한다.

측면에는 포르쉐 특유의 사이드 블레이드가 자리 잡았으며, 후면부는 3D 테일라이트 스트립으로 마무리돼 세련미를 장착한다. 특히 사이드 블레이드는 원하는 색상으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해 개성을 살릴 수 있다.

실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룬다. 12.6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고,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탑재됐다. HUD는 극장화면처럼 생동감 있지만, 운전자에 따라 다소 과하게 다가올 수 있다.

마칸 일렉트릭의 가장 큰 매력은 SUV의 탈을 쓴 스포츠카라는 점이다. 전기차의 장점인 즉각적인 토크 전달력과 포르쉐 특유의 핸들링 감각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이번에 시승한 마칸 4S는 최고출력 448마력, 최대토크 83.6㎏·m, 마칸 터보는 최고출력 584마력, 최대토크 115.2㎏·m을 발휘한다. 여기에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각각 516마력, 639마력까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스포츠카 DNA를 유지하기 위해 무게 배분도 신경 썼다. 뒤쪽 52%, 앞쪽 48%로 설정해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살렸으며, 후륜 조향(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돼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모드에 따라 승차감도 변한다.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감을 유지한다. 에어 서스펜션이 도로 상태에 맞춰 즉각 반응하며, 스티어링 휠도 부담 없이 가볍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질감이 더욱 생생해진다. 핸들링이 즉각적으로 변하며, 가속 시 차체가 단단하게 반응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반응 속도가 극대화되며, 스티어링 감각도 더 묵직해진다.

서울-춘천간 320㎞를 주행했는데, 고속화 구간에선 시속 170㎞까지 아무런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추월을 위한 가속은 즉각적이었다.

멈춤에서 풀악셀시 2초 정도면 시속 100㎞에 도달하는 듯했다. 차량에 날개를 달면 날아갈 듯한 중력탈출감이 느껴졌다. 동석한 관계자는 200㎞까진 흔들림이 없다며 방싯했다.

마칸 일렉트릭의 진가는 와인딩 구간에서 잘 드러났다. 고속에서도 코너링이 불안하지 않으며, 노면을 움켜쥐듯 달리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굳이 감속없이 안정적 핸들링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세팅도 절묘해 롤링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다. 한마디로 차량의 성능에 믿고 맡기면 됐다.

포르쉐의 전동화 기술은 효율성에서도 빛을 발한다. 마칸 4S는 1회 충전 시 450㎞, 마칸 터보는 429㎞를 달릴 수 있으며, 초고속 충전 시 80%까지 단 21분이면 충전 가능하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만족스럽다. 최대 240kWh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으며, 제동 에너지의 98%를 활용한다. 일반 전기차처럼 강한 엔진 브레이크의 감각은 아닌 점도 돋보인다. 회생제동시 울컥하는 반응을 최소화했다. 회생제동를 오프하고 달리면 글라이딩하듯 미끄러진다.

시승해보니 마칸 일렉트릭은 단순한 전기 SUV가 아니다. 포르쉐의 주행 본색을 유지 전기 스포츠카다.

SUV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도 핸들링, 가속력, 퍼포먼스 모두 포르쉐 DNA를 간직하고 있다. 전기차지만 전기차답지 않은 주행 질감, SUV지만 스포츠카 같은 감각을 원한다면, 마칸 일렉트릭은 굿 초이스가 될 것이다.

SUV를 넘어선,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마칸 일렉트릭. 전동화 시대에도 포르쉐는 여전히 포르쉐다.

kenny@sportsseoul.com 사진|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