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J리그 이적 수원 정대세, 홈팬들에게 큰절로 마지막 인사
수원 정대세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전남전을 마친 뒤 유니폼을 벗어 그라운드에 놓고 팬들에게 큰 절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일본 J리그 시미즈 이적을 확정지었다. 2015. 7. 8.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계약이 6개월 남았는데 좋은 오퍼가 오질 않았다.”

수원과 작별하게 된 정대세가 일본으로 유턴하게 된 이유를 공개했다. 정대세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전에서 수원 원톱 공격수로 나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는 그가 수원 홈구장에서 뛴 마지막 경기다. 수원 구단은 이날 경기 직전 정대세가 J리그 시미즈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장에 나선 정대세는 최고의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팀을 떠나는 이유와 그간 수원 생활 등에 대해 전했다.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는데.

경기력은 아쉽지만 팀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이제 빅버드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외롭지만 여기 경험을 잘 새겨 일본에 가겠다.

-잘 하고 있는데 굳이 팀을 옮기는 이유가 있나.

수원과의 계약기간이 3년이고 올해 말 끝난다. 그 전에 가와사키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는데 지금은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로 눈을 떴다고 해야 하나. 내가 못해도 오늘처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 승리의 행복함을 잘 안다. 독일에서 2부로도 떨어져봤고 그랬으니까. 팀을 떠나려고 하니까 서운했다. 되도록이면 끝날 때까지 하고 싶었다. 지금 기세로는 전북도 잡을 수 있다. 수원과의 3년 계약기간 중 6개월이 남았는데 연장 오퍼가 (수원에서)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팀의)좋은 오퍼가 왔다. 내 축구인생 마무리 단계에선 어쩔 수 없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포항전도 이기고 그래서 기분 좋게 남고 싶은데 내 인생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수원에서 좋았던 기억은.

행복했던 것은 팀이 이긴 것, 그 다음이 내가 골 넣은 것이다. (4월)슈퍼매치에서의 골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였으니까 더 기뻤다. 쾰른에서 1년 반이나 공식 경기를 못 뛰었다. 수원 와서 첫 골을 넣었을 때 그렇게 맛있는 골을 경험하질 못했다. (2003년 대전전)해트트릭, 슈퍼매치 골, (지난 해)12년간 못 이겼던 포항 원정에서의 골도 생각난다. 한국에서 결혼하고 애기가 생겼다는 것도 들 수 있다. 애기가 행복을 가져다준 것은 내 근본적인 축구 스타일, 이기적인 스타일을 이타적으로 바꾼 이유가 된 것 같다.

-이적하게 된 계기는.

3년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6개월 남겨놓고 좋은 오퍼가 왔다. 내 축구인생 마무리 단계니까 집이 있는 일본에서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부산전 각오는.

다들 알다시피 다치지 않도록 경기해야 한다. 그런데 골도 넣고 경기를 이겨야 하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처럼 경기하면 안 된다(웃음). 팬들 속이 불편할까봐 걱정되지만 이 팀 마지막 경기니까 최선을 다해 이기고 싶다.

-K리그 경험해보니 어떤가.

여기 오기 전엔 K리그가 J리그보다 레벨이 낮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 보니 기술은 일본이 낫지만 수비나 골키퍼는 한국이 낫다. 정성룡이나 노동건 같은 골키퍼들은 실수도 없다.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슛도 막아내더라. K리그 레벨이 높다.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의 전투능력이 좋다. 관중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것은 좀 외로운 것 같다.

-염기훈과 상의는 해봤는가.

1~2개월 전 오퍼 받고 기훈이 형에게 얘기했다. 형 정도면 중동이나 중국에서 오퍼가 올 것 같은데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이런 오퍼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봤다. 이 팀을 떠나 일본으로 간 뒤 왼쪽 윙 크로스를 받으면 (염기훈 생각이 나서)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북한 대표팀으로 뛴 경력 등으로 비난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인터넷을 보지 않는 것이다. 댓글 보면 ‘빨갱이’ 등의 발언하는 네티즌이 많으니까. 100명 중 99명이 긍정적인 말을 해도 1명이 부정적인 말을 하면 난 속상하다. 주변 사람들은 내 인생과 존재를 배려해주니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은 세계적인 문제 같다. 안 보면 된다.

수원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