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
정대세가 12일 부산 원정에서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그의 K리그 고별무대였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무승부는 아쉬웠지만 그의 투혼은 마지막까지 빛났다.

수원 선수로 고별전을 치른 스트라이카 정대세 얘기다. 그는 12일 부산아시아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부산 원정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수원 선제골 시발점 역할을 하며 끝까지 프로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수원이 부산의 거센 저항에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하던 후반 18분에 정대세가 있었다. 수원의 긴 패스가 오른쪽 골라인으로 향해 아웃되기 직전. 그러나 정대세는 부산 수비수를 집요하게 공략하며 아웃될 것 같은 볼을 끄집어냈고, 뒤에서 달려들던 이상호에게 내줬다. 이상호의 크로스는 부산 선수 헤딩을 거쳐 뒤로 흘렀고 이를 ‘수원의 미래’로 불리는 권창훈이 침착한 왼발 가위차기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날 경기 전 서 감독은 정대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지난 8일 일본 J리그 시미즈 이적이 확정된 뒤 두 경기나 더 뛰는 헌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지난 8일 전남전과 달리 이날은 후보 명단에 공격수를 단 한 명도 넣지 않았다. 큰 문제가 없으면 정대세를 90분 모두 뛰게 한다는 뜻이었다. 새 팀을 위해 몸을 사릴 법도 했지만 정대세는 그렇지 않았다. 이날도 전방에서 다부지게 뛰어다니며 3차례 슛을 날렸고 좌우로도 움직이며 올시즌 자신이 새로 장착한 이타적인 플레이도 여전히 드러냈다. 두 차례 날카로운 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 K리그 마지막 골로 완성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서 감독은 “끝까지 팀을 배려해줘 감사하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날 밤 수원 선수들과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그는 13일 바로 출국, 시미즈 훈련 캠프에 합류한다. 올시즌 J리그 전반기에서 최하위를 차지, 강등 위기에 몰린 시미즈는 11일 벌어진 비셀 고베와의 후반기 1차전 홈 경기에서 0-5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라도 정대세 합류가 시급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수원은 정대세의 헌신과 권창훈의 번뜩이는 골에도 웃지 못했다. 후반 31분 주세종에 페널티킥 동점포를 내줘 1-1로 비겼기 때문이다. 수원은 11승7무4패(승점40)로 선두 전북(승점47)에 7점 뒤진 2위가 됐다. 최근 4승4무를 기록하며 8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으나 웃을 수 없었다. 지난 8일 전남전 승리와 함께 5점으로 좁힌 전북과의 승점 차가 다시 7점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인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수원 맞대결이 향후 선두권 향방을 가늠하게 하는 빅매치가 됐다. 부산은 일단 5연패 늪에서 벗어나며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승점17이 되며 10위 울산(승점23)과의 간격을 6점으로 좁힌 11위가 됐다.

부산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