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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두려움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무엇보다 브리티시 오픈 우승에 도전하겠다!”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앞둔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고별 인터뷰를 갖고 새로운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27일 미국 출국을 앞둔 전인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있은 국내에서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면서 “구체적으로 몇 승을 목표로 정하지 않았지만 브리티시 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단단한 의지를 내비쳤다.

◇새로운 환경 적응 “자신있다”

국내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렸어도 LPGA 투어에의 안착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숱한 선수들이 도전 첫 해에 많은 좌절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담감에 대해 전인지는 쿨했다. 그는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크다”면서 그 이유로 “우선 미국의 잔디 적응에 자신있다. 또 LPGA 선배들이 미국에선 외로울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이미 올시즌 LPGA에서 뛰면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걱정 안한다”고 말했다. LPGA에서 뛰는 아리야·모리야 주타누간 자매(태국) 아자하라 무뇨즈(스페인) 페닐라 린드버그(스웨덴) 제이 메리 그린(미국) 등이 또래 친구가 됐다며, 그들에 대해 더 궁금하고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며 웃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되도록 안 갖기로 했다. “사고를 쳤다고 할 정도로 올해 너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보다 더 잘한다는 것은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내년에는 LPGA 투어에서 상금 랭킹 톱10에만 들어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뚜렷한 목표는 하나 세웠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많은 골퍼들이 꿈꾸는 대회인만큼 나 역시 그 대회에서 우승해보고 싶다. LPGA 투어 생활을 하는 동안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내년에도 도전해볼 것”이라는 의지를 단단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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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올림픽출전은 꿈, 그러나....

전인지는 올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L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우승 직후에는 미국 진출과 국내 잔류를 놓고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솔직히 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남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도전을 안 하면 아쉬움,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전인지가 미국 진출로 마음을 굳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 우승 후 세계 랭킹이 많이 올라가는 걸 실감했다. 국내보다 미국이 더 유리하다. 올림픽 골프에는 한 국가에서 최대 4명만 출전할 수 있는데 세계랭킹 50위 안에 한국선수가 22명, 미국 선수가 14~15명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국가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가면 좋지만 세계 톱 랭커 절반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에 너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을 생각이다. 또 올림픽을 목표로 하느냐, 신인왕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대회 스케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더 고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업과 골프 병행은 어려워...

전인지는 내년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3학년이 된다. 학교생활에 애착이 많았던 그는 미국 진출로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전인지는 “1학년 때는 의욕이 넘쳤다. 대회를 치르면서 학교를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없었지만 항상 스스로 과제를 찾아서 제출하려고 했다. 올해는 해외를 많이 오고가는 바람에 조금은 소홀했던 것 같다, 1학년 때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번 학기는 걱정”이라며 지난 2년간의 학교생활을 추억했다. 그는 학교 생활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펜싱하고 스킨스쿠버 동아리를 하고 싶었다. 특히 스킨스쿠버는 너무 하고 싶어서 동아리방 앞까지 갔는데 문에 들어갈 자신감이 안생겼다. 가입만 해놓고 활동을 못할 거 같아서 문앞에서 서성이다가 그냥 돌아갔다”며 아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인지는 “내년 LPGA 진출을 앞두고는 어떻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과제도 열심히 하고 교수님께 연락도 자주 드릴 것이다. 요즘에는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나 작년 만큼 학교 생활을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즐기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롤모델은 아놀드 파머

전인지의 10년 후 모습이 어떨까 문뜩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서 그는 “구체적으로 상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잔디를 밟고 있을 것이다. 선수가 아니어도 가장 좋아하는 골프쪽 일을 하고 있을 것같다”면서 “아놀드 파머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 그가 보여준 삶의 질을 닮고 싶다는 얘기다. 일례로 기부도 많이 하고, 전반적으로 삶의 행복감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전인지의 미국 출국 날짜는 27일로 정해졌다. 우선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건너가 팀(박원 아카데미 팀) 훈련에 합류하기 전에 몸을 만들 예정이다. 전인지는 “하반기에 어깨통증이 시작되면서 몸관리가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 외에 몸 관리에 더 시간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일찍 미국에 들어가는 이유다”면서 “2~3주 정도 운동하면서 몸도 만들어 내년에 더 열심히 달릴 수 있도록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 다음 올랜도로 넘어가서 샷 등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인지는 2016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을 건너 뛴 뒤 올랜도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2월 초 두번째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부터 출전할 계획이다.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