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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만 11세에 불과한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유영(문원초)이 ‘피겨 여왕’ 김연아가 지닌 피겨종합선수권 여자 싱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영은 10일 목동빙상장에서 열린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53점, 예술점수(PCS) 54.13점으로 합계 122.66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1.09점으로 1위를 기록한 그는 프리스케이팅도 1위를 차지하며 총점 183.75점으로 여자 싱글 시니어부 우승을 차지했다. 만 11세 8개월인 그는 김연아가 지난 2003년 이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연수 우승(만 12세 6개월)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치-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무난하게 처리한 유영은 트리플 루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도 깔끔하게 소화했다. 트리플 살코에서 실수가 있었으나 나머지 스핀과 스텝 시퀀스를 처리한 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여유롭게 처리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유망주의 환상적인 연기에 매료한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키 143㎝ 몸무게 31㎏의 유영은 2004년 5월 한국에서 태어난 뒤 유년 시절 싱가포르에서 유학했다. 만 6세 때인 2010년 싱가포르에서 취미로 피겨를 접했는데, 당시 김연아의 경기 영상을 보며 꿈을 키웠다. 나이답지 않게 빠른 스피드와 점프 시 뛰어난 비거리를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언니들을 제치고 최고 유망주임을 입증했다. 우승한 뒤 눈물을 보인 유영은 “클린 연기만 해도 좋았을 텐데 점수까지 잘 나와 눈물이 났다”며 “힘들게 훈련한 게 생각났다. 어릴 때 연아 언니의 경기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본받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영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나이 기준(2015년 7월 현재 만 15세 이상)을 채우지 못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주니어선수권(만 13세 이상)에 나서지 못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어린 선수들의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상 예방 차원에서 2003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선수만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난 1일부터 규정이 바뀌었다. 총점 177.29점으로 2위에 오른 최다빈(수리고)과 5위를 차지한 박소연(신목고·161.07점)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유영은 쇼트와 프리 모두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오름세를 유지하게 됐다. 다음 과제는 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이다. 그는 “(트리플 악셀을) 연습하고 있는데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완성도가 떨어졌다. 올 시즌을 마친 뒤 트리플 악셀 연습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 여자 싱글 1~5위를 차지한 선수 중 유영을 포함해 초등학생만 3명이다. 급격한 세대 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남자 싱글 시니어부에선 이준형(단국대)이 총점 223.72점,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으로 대회 2연패를 거뒀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