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 ‘쿵푸 팬더’다. 어둠의 감옥에서 탈출한 악당 타이렁을 물리치는 1편, 셴 선생으로 불리는 악당에 맞서는 2편이 나왔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3편이 개봉된다. 배 나온 먹보에 둔한 팬더가 쿵푸의 용사가 된다는 설정은 생뚱맞다.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게 만들었다. 어른들도 좋아할 만큼 인기는 짱이다. 그런데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종류인 자이언트 팬더가 기후변화로 사라져간다고 한다.

밍 수(Ming Xu)가 이끄는 뉴저지주립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보자. 이들은 2100년까지 지구온도가 평균 1℃ 정도 오른다고 가정하고 모델링 해 보았다. 그랬더니 2070년에는 자이언트 팬더가 살 수 있는 서식지의 절반이상이 줄어들었다. 팬더의 먹이 99%가 대나무다. 한 마리가 하루 평균 38㎏의 대나무를 먹어치운다. 그러니까 팬더가 살기 위해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온상승으로 대나무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만일 예상보다 기온상승이 커지면 멸종까지도 예상된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팬더만 아니라 사이가영양에게도 위기로 다가온다. 2015년 5월에 중앙아시아에 사는 사이가영양 20만 마리가 떼로 죽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물학회 소속 연구팀은 죽은 영양의 사체에서 박테리아 이상 증식을 발견했다. 이 박테리아는 파스퇴렐라 균으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독성을 지닌 변종으로 변한다고 한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박테리아 변이가 대량 폐사의 실제 원인이라면, 최악의 경우 1년 이내 멸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티베트 고원에 사는 야생 야크에게도 엘로카드를 내민다. 현재 티베트 고원 일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야크가 남아 있다. 그런데 야크들이 점점 더 경사가 급하고 추운 높은 지대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 지역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2~3배나 빨리 상승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의 영향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추운 기후에 적응된 야생 야크는 눈이 쌓여있는 높은 곳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자이언트 팬더, 사이가영양, 야생 야크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생태계에서 뛰어노는 그들을 보고 싶다. 다양한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였으면 좋겠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