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홍명보가 지난 2005년 9월28일 축구대표팀 코치에 막 취임한 뒤 서울 중구 신라호텔 만찬에서 딕 아드보카트 당시 대표팀 감독,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수석코치와 손을 맞잡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차두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이 걷는 길은 각국 대표팀이 감독과 선수단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곧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직함이 코치냐 스태프냐로 갈릴 뿐이다. 한국에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홍명보가 11년 전 차두리 분석관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해외에선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스타 데이비드 베컴,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크 데 부어 등이 이를 담당한 적이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는 2006 독일 월드컵을 1년 앞두고 태극마크를 코칭스태프로 달면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현역 은퇴 뒤 행정가로 가고자 했으나 독일 월드컵 본선을 위해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대표팀에 온 핌 베어벡 수석코치 천거에 의해 국가대표팀 ‘막내 코치’로 들어왔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 수뇌부가 네덜란드인으로 구성됨에 따라 선수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분위기 메이커를 위해 홍 감독이 제격이란 판단을 ‘아드보카트호’가 했던 것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적합한 라이선스를 갖추지 못한 홍명보를 코치로 선임했는데 이게 훗날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이사직과 기술위원직을 그만둔 홍명보는 ‘아드보카트호’ 합류를 계기로 지도자 한 우물을 판 끝에 올림픽 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거쳐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올랐다.

‘미남 스타’ 베컴은 현재 차두리가 갖고 있는 ‘전력분석관’과 유사한 타이틀을 먼저 단 경우다. 2010년 3월 이탈리아 AC밀란에서 뛰던 베컴은 큰 부상을 당해 그 해 6월 남아공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그러자 잉글랜드축구협회가 그의 활용 방법을 모색했고, 선수 신분이라 지도자 자격증이 없게 되자 ‘지원 스태프’란 직함을 달아 남아공에 갔다.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을 이어준 것은 물론 당시 잉글랜드가 추진했던 2018 월드컵 유치 홍보대사로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현역 생활을 마감한 데 부어는 2008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부임 뒤 만 38세로 대표팀 코치가 됐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네덜란드 준우승에 공헌한 그는 이후 승승장구, 자국 명문 아약스 감독을 거쳐 지난 8월 이탈리아 명문 인테르 밀란 지휘봉을 잡았다.

아시아에선 자바드 네쿠남이 막내 코치를 맡고 있는 이란이 있다. 현역 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며 이란 대표팀 내 정신적 리더 역할을 했던 네쿠남은 지난해 4월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곧장 이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차두리 합류를 추진한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네쿠남이었다. 이 위원장은 “(11일)이란 원정 경기를 갔을 때 이란과 우리 대표팀 라커룸이 30~40m 떨어져 있었다. 네쿠남이 경기 전과 후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우리도 대표팀 경력 있는 지도자가 형님 역할을 하며 팀을 좋은 분위기로 이끌수 있을 텐데…’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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