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자녀의 살인 이야기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사회적 신망이 높은 판사, 변호사,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자식이 저지른 범죄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준다. 타인이 저지른 범죄엔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자식 문제에선 이율배반적이다. 최근 한국 사회가 드러낸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달 종영한 ENA 드라마 ‘유어 아너’는 송판호 판사(손현주 분) 아들이 조폭 출신 건설사 우원그룹 김강헌(김명민 분)회장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죽게 만들었다. 권력과 돈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과 신념에 입각한 준엄한 판결로 존경을 받는 판사다. 자식의 죄에는 달랐다. 죄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대중의 예상을 산산조각냈다.

송 판사는 극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범죄를 은폐했다. 폐차장에서 가져온 중고 앞 범퍼 하단 라이트를 교체하며 핵심 증거를 없애려 했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자기 아들이 차를 맡긴 카센터에 가서 돈을 찔러주고 CCTV 영상을 삭제했다. 목격자 외국인 노동자를 총으로 쏘는 살인까지 저질렀다. 김강원 앞에 무릎까지 꿇는 비굴함까지 선택했다. 모두 아이의 죄를 덮기 위해 자신을 버린 결과다.

존경받는 판사가 지탄받는 건설사 오너 앞에서 자식을 살려달라 애원했다. 손현주는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클리셰를 만드는 것이 싫었다. 연기하면서 ‘어떻게 잘 숨길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송판호라면 자수해서 일을 쉽게 풀었을 것이다. 잘못된 부성애”라고 지적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의 가족’은 자식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자수를 놓고 어른들이 다투는 드라마다. 재완(설경구 분)-재규(장동건 분) 형제는 재벌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아외과 의사다.

재완의 딸 혜윤(홍예지 분)과 재규의 아들 시호(김정철 분)가 문제를 일으켰다. 10대 청소년 둘이 노숙자를 장난삼아 폭행했다. 대치동에서 대입 공부를 하던 이들은 스트레스를 여기다 풀었다. 노숙인은 중환자실에 있다 며칠 만에 목숨을 거뒀다.

으레 생각하는 탈선 청소년이 아니다. 혜윤은 공부를 잘해서 해외 대학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 머리가 뛰어나다. 시호는 학교 폭력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다.

전형성을 벗어났다. 평범한 학생들이 벌인 일이기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 애는 안 그래”가 아니다. “우리 애도 그럴 수 있겠다”는 지점에서 학부모에게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키운 이 시대 어른에게 성찰을 요구한다.

허진호 감독은 “아이들의 문제가 영화에서 큰 사건의 모티브가 되기 때문에 교육 문제를 포함해 빈부의 문제, 상류층의 책임감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장동건은 인터뷰에서 “실제 아이가 있으니까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돼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