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급격히 늘면서 조만간 수입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8일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49.4%로, 호주산(41.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호주산 49.4%, 미국산은 41.5%였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원산지별 수입량을 보면 미국산의 급증이 두드러진다. 냉장 및 냉동육을 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만8509M/T(메트릭톤·1000㎏을 1t으로 하는 중량단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급증했다. 특히 이 가운데 냉장육의 경우 수입량이 6158M/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입량이 두 배에 가까운 90.7%나 늘었다. 전체 수입량에서 냉장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냉장육이 냉동육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테이크용 등 미국산 고급 쇠고기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냉동육도 이 기간 36.6% 증가한 2만2351M/T이 수입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급증에 힘입어 올해 들어 전체 쇠고기 수입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5만7670M/T을 기록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2월(2만3361M/T)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2만3711M/T에 그쳤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1년 ‘소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LA갈비’ 등을 앞세워 한국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며 부동의 1위를 달렸지만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이 확인되면서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미국은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구했고, 2006년부터 2008년 6월까지 수차례에 걸친 한·미 정부 간 협상 끝에 결국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됐다.
수입 재개 초반만 하더라도 정부가 한미 FTA 타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 추진했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리는 등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미국 측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한미 FTA의 영향으로 수입량이 빠르게 늘며 수입 시장 점유율도 2007년 6.4%에서 지난해 42.6%까지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한달간 관세 납부를 마친 ‘통관’ 기준으로 미국산 수입량이 13년 만에 호주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률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시장 점유율 50% 고지를 넘어서 광우병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수입 쇠고기 수요 증가와 스테이크 등 서양식 쇠고기 요리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도 “한우 도매가격 약세에도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 쇠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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