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한국빌리아드 프로모션 대표였던 필자는 한국당구연맹 임영렬 회장의 제안으로 조선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스웨덴 출신 미녀선수 에와 마타야 초청 당구 디너쇼를 추진하게 된다.


▶국내최초 당구 디너쇼 개최


허리우드 홍영선 회장은 임영렬 회장이 당구 디너쇼의 후원을 간곡하게 부탁하자 이 이벤트가 실제로 열릴 수 있을 지 고민에 빠진다. 허리우드 공장에서 필자와 만난 홍 회장은 디너쇼의 추진 여부를 필자에게 결정하라고 말했다. 필자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수 초청과 200여 명의 식사비, 그리고 가장 부담이 큰 연예 부분까지 합치면 최소 4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빌리아드 디너쇼.


홍 회장은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임영렬 회장은 물론 필자도 꼭 해보고 싶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필자는 홍 회장에게 연예 부분은 필자가 책임지고 그 외 식사 등은 허리우드에서 부담하자고 제안해 ‘95빌리아드 디너쇼’를 추진하기로 합의를 한다. 하지만 홍 회장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경제력이 여유롭지 못한 필자가 어떻게 연예 부분을 책임진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덕화의 도움으로 당구 디너쇼 성황리에 열려


필자는 배우 이덕화에게 연락을 해 당구 디너쇼에 대해 설명하고 “국회의원 선거 운동을 도울테니 이번에 당신이 나를 한번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쿨한 성격의 이덕화가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한국 빌리아드 디너쇼를 추진할 수 있었다.


에와 마타야의 시범경기.


▶스포츠서울 가장 먼저 보도


그 후 스포츠조선 조경제 기자, 스포츠서울 김세훈 기자, 일간스포츠 임용진(이후 대한당구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기자 등을 만나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당구 디너쇼에 대해 설명을 하고 보도를 부탁했다.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이벤트로 판단한 스포츠서울이 가장 먼저 기사를 썼다. 이후 다른 신문들도 앞다퉈 당구 디너쇼를 다뤘고 방송국에서도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디너쇼를 준비하던 종로3가의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보지 못 할 정도로 전화가 쏟아졌다.


돌이켜보면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당구 디너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게다가 조선호텔 그랜드볼륨에서 무료로 진행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1인당 5만원씩을 받고 진행했어도 행사장은 사람들로 꽉 찼을 것이다.


▶디너쇼 무료로 보도 되면서 행사 전 대혼란


제주도 한 호텔의 대표이사는 디너쇼를 꼭 보고 싶다며 돈은 달라는 대로 줄테니 티켓을 준비해 달라고 비서를 통해 ‘협박성’ 전화를 하기도 했다. 방송사에서도 무조건 티켓을 준비하라며 압박을 하는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경험도 없으면서 하고 싶다는 욕심에 한 번 더 생각하지 못 했던 게 실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빌리아드 디너쇼’는 대성공을 거둔다. 팔등신의 스웨덴 출신 포켓당구 챔피언 에와 마타야의 미모가 한 몫 톡톡히 하며 언론들이 일제히 크게 보도를 했다. 전광판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디지털조선이 광화문과 신촌에 있는 전광판에 라이브로 송출하기도 했다. 빌리아드 디너쇼에는 이명박, 조순형 당시 국회의원과 대우그룹 부회장 등 수많은 명사들도 참석했다.


빌리아드 디너쇼에서 참석한 이명박 당시 국회의원.


▶임영렬 회장 GAISF 전야제 사업으로 기획


임영렬 회장에게는 이 이벤트를 꼭 열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총회의 전야 행사로 당구 디너쇼를 개최하고 싶었던 것이다. 준비도 되지 않은 연예 부분을 책임지겠다고 까지 하면서 해보고 싶던 이벤트라 필자 역시 성공적인 마무리에 보람이 남달랐다.


훗날 홍영선 회장은 당구 디너쇼 추진 때 필자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에 식사 값만 1500만 원에 6명의 스태프와 이덕화, 심혜진, 독고영재, 박준규, 고은봉 3인조 밴드까지 포함해 2000만 원의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반신반의하면서 디너쇼 당일 2000만 원을 준비해 행사장에 나왔다고 했다.


왼쪽부터 임영렬 회장, 홍영선 회장, 배우 이덕화.


▶빌리아드 디너쇼 사업으로 홍영선 회장과 신뢰 쌓아


한국빌리아드 디너쇼에는 총 207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이에 홍영선 회장은 놀랐다. 이를 계기로 홍영선 회장은 필자를 신뢰하게 되면서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한국 빌리아드 프로모션은 허리우드 홍영선 회장의 절대적 지원으로 사업을 계속 펼쳐 나갔다. 필자가 “1등 상금 500만원으로 당구계 관심을 끌어보시죠”라고 허리우드배 전국당구대회를 제안했을 때도 별 다른 말없이 “그렇게 하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필자(오른쪽)가 진행자와 진행협의를 하고 있다.


1995년 당시 한국당구는 포켓당구 전성기라고 해도 될 만큼 포켓당구가 활성화 되고 있었다. 포켓당구대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시장점유률 1위였던 허리우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홍영선 회장은 쿨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돈을 버는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고, 그런 마인드가 좋아서 필자는 홍영선 회장과 친분을 쌓아 나갔다. 필자가 부탁해서 ‘안 된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홍영선 회장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에게 홍영선 회장은 천군만마였다.


<박태호 당구연맹 수석 부회장> new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