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뭐가 그리 급해서 헐레벌떡 부임한 건지….”
최강희(58) 전북 감독이 너털 웃음을 지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베테랑 감독이 갑작스런 일전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최 감독과 김학범(57) 감독의 지략 대결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10년 넘게 치열하게 치고 받았던 두 지도자의 대결이어서 각 팀 전력을 떠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3주 휴식기를 앞둔 K리그 클래식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전북과 광주는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7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전북은 승점 51로 단독 선두, 광주는 승점 19로 최하위다. 1위와 꼴찌의 그저 그런 대결이 될 것처럼 보였던 이날 경기는 김 감독이 16일 광주 지휘봉을 덜컥 잡으면서 더 많은 시선을 모으게 됐다. 노련한 두 사령탑이 국내 무대에서 켜켜이 쌓아온 맞대결사가 더해진 게 그 이유다. 둘은 지난 2005년 K리그 구단 지휘봉을 잡고 지금까지 족적을 남기는 중이다. 김 감독이 2005년 시작과 함께 성남을, 최 감독이 그 해 여름 전북을 각각 맡게 됐는데 성남이 2006년 정규리그 우승, 전북이 같은 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루면서 빠른 시간에 지도력을 입증했다. 당시만 해도 일화를 모기업으로 둔 성남이 자금이나 선수층에서 우위에 있었고, 전북은 ACL 정상 등극을 계기로 막 치고 올라오는 팀이었다.
그런 둘의 희비는 2008년 말에 엇갈렸다. 그 땐 K리그에 6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있었는데 6강 단판 승부에서 전북이 성남을 따돌린 것이다. 김 감독은 이를 끝으로 성남에서 하차했고, 최 감독은 기사회생하면서 이듬 해 전북의 사상 첫 우승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후 최 감독은 K리그 클래식 4회 우승, 지난해 ACL 제패 등으로 ‘전북 왕조’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상전벽해로 비유되는 스토리를 펼쳐나갔다.
김 감독은 김 감독대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2년 강원, 2014년 성남을 각각 맡아 강등권 탈출을 이끌었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꼴찌 광주의 1부 잔류 청부사로 부름을 받았다. 2014년 FA컵 준결승에선 김 감독이 이끌던 성남이 침대 축구까지 감행하면서 전북을 괴롭혀 결국 승부차기로 이겼다. 성남은 여세를 몰아 결승에서도 서울을 이겼다. 지난 해엔 레오나르도(전북)와 티아고(성남)를 앞세워 화끈한 공격 축구로 싸웠다. 2012년엔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을 위해 영국에서 함께 숙식하는 등 경기장을 떠나 사석에서의 친분도 깊다.
김 감독은 광주 감독 취임 일성으로 “내 자신감을 선수들에게 나눠 주겠다. 반드시 잔류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보는 최 감독의 머리 속도 좀 더 복잡해졌다. 최 감독은 17일 “이번 경기 마치면 3주 휴식기가 있어 그 때 부임해도 되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전북전 앞두고 헐레벌떡 오는지…”라며 웃은 뒤 “(김 감독이 돌아와)반갑기는 한데 하필이면 복귀전 상대팀이 우리가 됐다. 무서워 죽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작년에도 2무 끝에 한 번 이겼고, 올해는 1승1패다. 광주나 인천 등 시·도민 구단의 압박과 투지에 우리가 고전한다”며 “김 감독은 빠른 시간에 팀을 파악해서 승부를 거는 능력이 있다”며 돌아온 김 감독과의 멋진 승부를 예고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