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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조성현(35)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데뷔작이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그는 2005년 이루라는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해 ‘까만안경’, ‘슬픈사랑’ 등의 히트곡을 냈고, 작곡가 겸 프로듀서 ‘페이머스 브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가수, 프로듀서보다 배우 활동이 먼저라고 말했다.

-MBC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로 처음 드라마에 도전했다.

6개월 동안 다른 인생을 살았는데, 재밌었다. 재벌집 차남 역할이었는데 상상만 해본 배역이었다.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대사를 외우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실제의 나는 재밌고 활발한 성격인데 극중 배역은 내면의 아픔이 있고, 무뚝뚝하면서 조용한 성격이었다. 나와 반대되는 성격을 연기하면서 가끔 이런 성격이 필요할 때도 있겠구나 싶었다. 살면서 필요한거 걸 배웠고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

-연기자 데뷔작이라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영화, 시트콤, 드라마 세 편을 찍어보고 내 뮤직비디오 주인공을 맡았는데 대사를 하는 정극 연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국내에선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005~2006년)에 카메오로 한번 출연해 본 게 다다.

연습은 나름 열심히 했다. 하청옥 작가님의 이전 작품 ‘금나와라 뚝딱’ 대본으로 말투, 화법, 리듬감을 익혔다. 연기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두달 가까이 공부했다. ‘금나와라 뚝딱’에 재벌 3형제가 나오는데 이태성씨가 연기한 둘째 아들 역이 내가 맡은 역과 성격이 비슷해 대본을 많이 읽은게 도움이 됐다.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 목표는.

‘어설프게 하지만 말자’라고 생각했다. 가수 출신 연기자가 많은데 내가 그들의 성과에 자칫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다른 배우들과 잘 섞였다는 정도의 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중간중간에는 댓글 등을 모니터링했는데, 작품이 끝난 뒤에는 보는게 힘들다. 다음 작품 전에는 보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서는 잘했다고 해줘서 감사하다.

-가수 출신 연기자의 대표주자 중 한명인 엄정화와 함께 출연했는데.

극중 가수 역할인 엄정화 선배가 무대 위에서와 다른 때 연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차이가 느껴지더라. 가수 톤과 연기자톤의 구분선이 확실했다. 초반에 내 목소리가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힘이 없게 느껴져 고민했는데, 엄정화 선배를 보며 연습을 많이 했다.

-가수 출신 배우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을까. 여러 내용의 가사를 멜로디에 실어 부르는 것도 하나의 연기인데, 그러다 보면 감수성이 풍부해질 수 밖에 없다.

-연기 파트너였던 윤아영, 아버지로 나온 전광렬과 호흡은 어땠나.

윤아영 씨는 연기를 할 때 자기만 돋보이려 하기 보다 상대를 돋보이게 만들더라. 나는 처음엔 나만 잘나오면 되지 않나 짧게 생각했는데 윤아영 씨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옆에서 여러 도움을 줘서 함께 잘하게 만들어줬다.

전광렬 선배는 무섭고 엄격하실 줄 알았는데 형처럼 편하게 대해주셨다. 한 신에서 선배는 완벽한 연기를 했고, 나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는데 내가 말하기 전 선배가 먼저 ‘다시 가자’고 말해주시더라. 표정 연기 등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비싼 과외 수업을 받은 기분이다.

-첫 연기인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모든 게 낯설고 처음이었다. 드라마 촬영장과 가요 프로그램은 카메라 3대가 위치한다는 점이 같은데, 가수는 불이 켜진 카메라를 쳐다본다, 카메라 위 불이 켜졌는데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보고 연기를 해 창피했던 기억도 있다.

-데뷔 14년차 가수다. 연기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음악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가수 활동을 하며 작사·작곡도 하다보니 관심사가 다양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합법적으로 대신 살아본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 경험이 다시 음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아쉬움을 뮤직비디오 촬영을 통해 달래왔던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작품을 몇개하면서 불씨가 붙었다. 더 나이를 먹기 전 열정, 열의가 넘치고, 도전정신이 살아있을 때 해보고 싶었다. 안하고 후회하기 보다는 하고 후회 하는 게 좋을 듯 했다. 첫 촬영 때 ‘잘 선택했다’고 느꼈다. 생각보다 두려움이 없었고, 내가 떨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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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로 삼는 배우는.

이병헌 선배다. 내가 가수이다 보니 목소리를 중시하는데 우선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다. 연기야 원래 잘하시니. 얼마전 영화 ‘싱글라이더’를 봤는데 시종 묵직한 느낌을 가지고 가는 연기가 충격적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힘을 느꼈다.

-이번 작품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배우 조성현이 아니라 가수 이루로 활동 계획은.

가수를 은퇴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앨범이 안 나오는건 마음에 드는 곡이 안나와서다. 이제 연기 활동을 막 시작했기 때문에 배우로서보다 가수로서 이미지는 덜 보이고 싶다. 가수 이루의 이미지를 줄이는게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될 거 같다. 일단은 가수보다는 연기에 중점을 두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는.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동안 똑같은 쳇바퀴 굴러가듯 살아왔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 기회를 갖게 돼 기대된다. 감성과 생각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차기작 대본을 검토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인지, 비중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겐 어떤 작품에 참여하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했기에 많은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 경험이 많아져야 기본이 단단해질 거 같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빅토리콘텐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