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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하위권에 1~4위 팀의 운명이 걸려있다. 최하위가 우승팀을 누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종목인 야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말이다. LG 양상문 감독 등 현장 지도자들은 “중학생이 대학생을 제압할 수도 있는 게 야구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어떤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으로 보면 정규시즌 우승을 다투는 최고의 팀들이 최하위 팀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지난 25일 현재 공동 선두인 두산과 KIA가 82승씩 따냈는데 9위 삼성이 82패, 꼴찌 kt는 무려 91패를 당했다. 선두팀 승 수와 같거나 더 많은 패 수를 가진 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메이저리그는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에서 두 팀이 1위 팀보다 같거나 더 많은 패배를 기록했다. 김현수가 몸담은 필라델피아가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워싱턴의 승수(95승)와 같은 패수(95패)를 당했고, 중부지구 신시내티(90패)가 지구 우승에 도전 중인 시카고 컵스(88승)보다 많은 패배를 기록(한국시간 25일 현재)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센트럴리그만 야쿠르트(92패)가 시즌 우승팀인 히로시마(86승)의 승 수보다 많은 패 수를 기록했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나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는 꼴찌 팀이 선두 팀이 이긴 횟수보다 더 많이 지지 않았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사실상 8회까지만 공격을 주고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매디슨 범가너나 니혼햄 오타니 쇼헤이처럼 타자로도 명성을 떨치는 투수가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 아웃카운트 1개를 헌납한다. 한 경기 평균 세 차례 타석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1이닝이 자동으로 지워진다. 타력보다 투수력으로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운드가 약한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설상가상 투타 밸런스까지 붕괴되면 꼴찌 팀이 우승팀이 이긴 것보다 더 많이 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KBO리그는 아메리칸리그나 퍼시픽리그처럼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는데도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리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리그 전체에 투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결정적일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해결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단적으로 드러난 시즌으로 봐야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고 마냥 기뻐할 일도 시즌 막판 맹활약으로 내년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도 아니다. KBO리그의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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