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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러시아의 추악한 ‘도핑 스캔들’이 참혹한 결과를 낳고 있다.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던 두 명이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금메달리스트의 추가 징계가 이뤄질 경우 소치 올림픽 종합 우승도 노르웨이에 넘겨주게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불참 카드를 꺼내는 중이다.
◇크로스컨트리 이어 스켈레톤…추악한 도핑 스캔들IOC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치 올림픽 스켈레톤에 참가했던 러시아 선수 4명의 자격 정지를 확정했다. 특히 이 중 입상했던 두 선수의 메달을 박탈했다. 메달을 내주게 된 선수는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와 여자 스켈레톤 동메달리스트 엘레나 니키티나다. 최근까지 마르틴 두쿠르스(라트비아), 윤성빈(한국)과 함께 남자 스켈레톤 ‘빅3’로 자리매김했던 트레티아코프는 자격 정지에 따라 평창 올림픽엔 나설 수 없게 됐다. 개최국 선수들에 밀려 2010년 밴쿠버 대회와 지난 소치 대회에서 2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던 두쿠르스가 뒤늦게 라트비아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트레티아코프 외에도 지난달 크로스컨트리 선수 6명이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소치 올림픽 기록이 삭제됐다. 이 중엔 남자 50㎞ 프리스타일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 폐회식 직전 열린 시상식에서 러시아 국기를 펄럭이게 한 알렉산더 레그코프와 막심 빌레그자닌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스켈레톤과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무더기 메달 박탈에 따라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 총 메달 수가 33개에서 27개로 줄어 미국(28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금·은·동 순으로 매기는 종합 순위에선 금11, 은8, 동8로 아직 1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노르웨이(금11, 은5, 동10)와 금메달 수가 같아져 언제 2위로 내려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 도핑 스캔들은 국가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입상자의 메달 추가 발탁이 이어질 수 있다.
◇IOC, 12월5일 러시아의 평창행 결정…KHL 선수들 불참하나IOC는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지난해 8월 리우 하계올림픽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엔 육상 선수들이 대거 약물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과 영국 등이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IOC는 러시아의 참가 여부를 종목별 경기연맹(IS)의 판단에 맡겼고 육상과 역도 경기장에서만 러시아 국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을 앞두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의 평창행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IOC는 내달 5일부터 열리는 집행위원회를 통해 러시아의 평창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인데 러시아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다음으로 실력이 좋은 KHL 소속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막겠다는 카드로 맞대응하고 있다. NHL이 평창 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상황에서 캐나다 등 출전국 상당수가 KHL 선수들을 대표로 뽑았는데 이마저 불허할 경우 평창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가 참가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각국의 메달 득실까지 계산되고 있다. 스포츠통계업체인 ‘그레이스 노트’는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 출전국에서 빠질 경우 바이애슬론 종목의 라이벌 독일과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선 스켈레톤 기대주 윤성빈,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급성장 중인 김민석이 메달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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