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국내 한 여성 영화 감독의 동료 감독을 성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그의 남자친구가 가해자와 그 주변인의 문제점과 판결 결과를 비판하면서 관심을 호소했기 때문.


지난 1일 여성 영화감독 A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재판을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얼마 전 한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르포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폭로라는 말을 접했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폭로 이후 일어날 파장이 내 삶을 그날 이후로 또 한 번 변화시킬까 두려웠다. 그러나 어제 또 한 번 한 여성의 용기를 접했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그 말은 나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두들겼다"고 설명했다.


A 씨와 그의 남자친구가 각각 페이스북과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영화감독 B 씨는 지난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준유사강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A 씨가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측은 1, 2심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졸업한 대학원 관계자로부터 "침묵하라"는 말과 함께 고소 취하를 끊임없이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남자친구는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면서 약혼한 A 씨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가해자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와 해당 학교의 교수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힘썼다는 점 등을 비판했다. 또 여성 간의 성폭행 사건이어서 형량이 너무 낮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실제 대법원은 가해자 B 씨에 대해 지난해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 가해자의 행보는 내게 놀라움을 넘어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으로 연관시키고 내 남자친구와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 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대로 다른 교수들에게 알리지 말라던 그 교수는 급기야 가해자 증인으로 나와 고스란히 가해자 쪽 증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그는 "내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의 요지가 침묵하라였다"며 "알려서는 안된다는 겁박과 말하면 너도 다친다는 걱정 속에 2년을 혼자 앓았다"고 적었다. 이어 "이 글을 읽고 또 한 명이 용기를 내준다면 내 폭로도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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