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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아 왜 이러지….”
김민정 여자 컬링대표팀 감독은 3연승 행진에도 이같이 말하며 뜻밖에 눈물을 보였다. 김 감독은 1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5차전에서 중국에 12-5로 대승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 감정이 북받친듯 고개를 숙였다.
중국전 승리는 한국 여자 컬링의 새로운 역사였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자 컬링은 당시 경기도청 팀이 대표로 나서 예선 3승 6패, 최종 8위로 마감했다. 경북체육회로 옷을 갈아입은 이번 대표팀은 초반 5경기에서 4승(1패)째를 기록하면서 올림픽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더불어 4강 진출 마지노선으로 여긴 5승에도 바짝 다가섰다. 한국은 스웨덴(5승)에 이어 일본과 공동 2위를 형성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5분 스웨덴과 6차전을 치른다.
통쾌한 설욕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에 5-12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스킵 김은정이 경기 후 자신의 실수로 금메달을 못 땄다며 눈물을 흘렸다. 평창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맞섰는데 이날 김은정은 초반부터 90%가 넘는 샷 성공률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1996년생 막내 김초희도 중국전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1엔드서부터 ‘빅 엔드(3점 이상 득점)’를 잡아냈고 3엔드(3점), 5엔드(4점)에 연달아 대량 득점에 성공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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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 감독이 울컥한 건 컬링이 올림픽을 앞두고 어느 종목보다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1990년대생으로 구성된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몫을 해내며 승승장구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그는 “(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안 좋은 얘기도 나오더라. 아직 어린 선수들이어서 그런 부분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반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훈련하면서 워낙 어려운 점이 많아서 (언론에)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잘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컬링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다. 가시밭길이다.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컬링은 지난해 여름 집행부 내분으로 컬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된 뒤 관리위원회가 들어서 쇄신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이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선수단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해외 전지훈련을 가거나 컬링 선진국 지도자를 불러들여 노하우를 심는 데 애를 썼다. 그토록 원하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실전 모의고사도 치러보지 못했다. 아이스 상태에 가장 민감한 종목인 컬링은 경기장마다 빙질이 모두 다르고 관중이 몰리는 것에 따라 아이스 표면 온도 등에서 차이가 나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남녀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해 우려가 컸다. 다행히 여자 대표팀이 호성적을 거두면서 순항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끌어준 분이 많다. 우리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경기하고 있다. 최초 4승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눈물을 보인 것은 이때였다. 옆에 있던 김선영(세컨드)이 “감독께서 뒤에서 애를 많이 쓰셔서 그러시는 것 같다”며 위로했다. 김 감독은 4강 진출 가능성을 묻자 “승률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부터 그런 생각을 두면 선수에게 별로 좋지 않다”면서 남은 경기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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