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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알파인스키에는 도전의 무대였다. 국가대표로 나선 정동현(29)과 김동우(22)가 받아든 성적표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한국 스키의 발전을 위해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동현은 18일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1차 시기에서 실격했다. 세 번째 계측 구간을 통과하다 기문에 걸려 넘어졌다. 슬로프에서 미끄러지며 미디어 방어벽과 부딪힌 그는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2차 시기에는 출전하지 못 했다. 조은상 대한스키협회 사무국장은 “정동현이 경기 중 넘어지긴 했으나 회전 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동현은 이번 대회에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출전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허벅지 부상을 안고 뛰느라 완주하지 못했고 2014년 소치 대회 때는 41위에 머물렀다. 세 번째로 출전하는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월 크로아티아 월드컵에서 14위에 오르며 한국 스키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용평 알파인 경기장을 밥 먹듯 꿰고 있었기에 한국 스키 역대 최고 성적에 대한 기대도 컸다. 지난 1998년 나가노 대회 회전 종목에서 허승욱(MBC 해설위원)이 기록한 21위를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그의 꿈은 슬로프에서 미끄러지며 무산됐다. 1차 시기를 완주한 김동우는 “코스 자체가 지형 변화도 많고 바닥에 깔린 눈도 딱딱한 편이라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용평 알파인 경기장의 어려움은 1차 시기 결과가 보여준다. 정동현을 포함해 무려 25명의 선수들이 실격해 2차 시기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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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는 대회전 외에도 복합, 활강, 슈퍼대회전 등 알파인 전종목에 출전해 30위 이내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복합에서는 33위로 거의 목표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날 대회전에서는 1~2차 시기 합계 2분30초05(1차 1분14초49, 2차 1분15초56)로 39위에 이름을 올려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는 “2차 시기에서는 잔실수를 줄이려고 했지만 목표에 다가서려다보니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결승선 도착 전에 실수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스키는 지난 1948년 생모리츠 대회로 첫 발을 내딘 이후 한 번도 메달을 목에 건 적 없다. 이번에도 역시 메달권과 거리는 멀었지만 정동현과 김동우는 한층 발전된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아쉬움은 가득했으나 그들이 흘린 정직한 땀방울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