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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대출총량규제가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저축은행중앙회 홍보광고 영상. 출처|저축은행중앙회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가계부채 긴급대책으로 시행된 저축은행 대출총량 규제가 1년을 맞은 가운데, 총량규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저축은행에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했다.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이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그 결과는 어땠을까.

◇저축은행, 고금리 팔아야 실적 UP, 대출 질 나빠져

대출 총량규제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회사 입장에서는 대출총량 대비 수익을 고려해야 하니 고금리 상품을 팔 수밖에 없게 된다. 저금리 상품을 팔면 대출총량만 늘고 수익은 안되기 때문이다”라며 “결과적으로 대출의 질이 나빠졌다. 대출이 꼭 필요한 고객들이 대출을 못 받게 되면서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측에 총량규제와 함께 정책대출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SGI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서민 대상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 햇살론 등이 그것이다. 현재 사잇돌대출은 신용등급 4~8등급, 연소득 20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 연소득 1200만원 이상 사업소득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9~16%대 금리로 제공한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를 대상으로 운영자금 2000만원, 대환자금 1000만원 등 최대 3000만원을 7~9%대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판매를 대행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열일’할 메리트가 없다는 부분이다. 저축은행은 서울보증보험 덕에 대출금 연체부담은 적지만, 5%대의 보험료와 5%의 판매관리비 등을 내야 해 실제 판매수익이 적다. 비슷한 조건의 자사 상품을 파는 게 훨씬 회사 입장에서 이득이 된다는 소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상품의 조건에 맞지 않고 저축은행 대출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어디로 가겠나. 사금융이나 대부업체 쪽으로 간다. 최근에 폭등하고 있는 P2P대출이 결국 이런 수요를 끌어안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통계에 안 잡히는 P2P대출 등 대부업체 폭풍성장

실제로 P2P금융업체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기존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 P2P금융협회는 지난 8일 64개 회원사의 1월말 기준 누적대출액이 1조9366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P2P금융이란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P2P 회사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P2P 금융회사들이 이를 심사 후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일종의 인터넷 대부업체다.

2016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P2P금융은 낮은 신용등급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며 폭풍 성장 중이다. 협회에 따르면 건축자금대출,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여러 분야에서 고루 대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1월 한 달 새 대출액이 1331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예금이자 대비 압도적인 연평균 수익률 7~10%를 제공하면서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도 몰려들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들 P2P금융대출 정보가 시중은행에는 공개되지 않는 맹점을 이용해 대환대출을 받아 시중은행 신용등급을 올리는 일종의 ‘신용등급세탁’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잡는 새 대부업체에서 불어나는 눈먼 대출은 놓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제도권 금융을 조이면서 대부업으로 길을 열어주는 역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당국의 방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각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 상품이라도 대출 총량 규제에서 빼내 대부업체로 몰려가는 수요를 제도권으로 가져오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