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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추신수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서프라이즈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래타 매직’은 과연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에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

야구 선수들에게 이른 봄은 변화의 계절이다. 선수 개개인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시범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다. 성공이 보이면 정규시즌 개막부터 확신을 갖고 변화한 폼을 밀어붙여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코리언 메이저리거 추신수(36·텍사스)와 KBO리그 황재균(31·kt), 오재원(33·두산) 등이 큰 폭의 변화로 눈길을 끈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타격에 관한 ‘재야의 고수’로 통하는 더그 래타 코치와 함께 타격폼 수정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셋 다 시범경기와 평가전을 통해 ‘감’을 찾기 시작해 정규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이들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록 기존 코치들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추신수는 지난 2일(한국시간) 호쾌한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다음 경기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지난 10일까지 7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9를 기록하며 바뀐 타격폼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kt 황재균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다 지난 5일 첫 안타를 때려내더니 8일 솔로 홈런으로 장타를 신고했다. 둘 다 바뀐 타격폼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다가 래타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직후 폭발력을 되찾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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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쿠카몽가에 위치한 론마트 필드에서 NC와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란초쿠카몽가(미 캘리포니아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황재균은 첫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래타 코치께서 LA 북쪽에 있는 노스리지에서 남동부에 있는 샌버나디노까지 직접 찾아와 훈련을 지켜보셨다. 중심이동이 이뤄지지 않아 밸런스와 타이밍이 모두 나빠졌다고 말씀해주셔서 함께 타격훈련을 했더니 감이 조금 잡혔다. 바깥쪽 대응력에 약점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해주셨는데 시범경기 때 이 부분도 적극적으로 보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래타 코치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도움을 받고 싶어 이메일로 연락해 인연을 맺게된 황재균은 “실제 타격훈련보다 내 상황이나 생각을 많이 이끌어 내신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항상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배트를 들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중심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이전 타격폼과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기도 한데 래타 코치 말로는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른편이라고 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추신수도 지난해 겨울 래타 코치와 함께 약점 보완에 집중했고 스프링캠프에서 앤서니 아이어포시, 저스틴 마쇼어 등 팀 타격코치들과 적극적인 의견 교류로 자기만의 폼을 완성단계로 이끌었다. ‘레그킥’이라는 동작에 신경쓰다 자신만의 타이밍을 잃었던 추신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은 유지하자고 생각을 바꾼 게 문제점의 실마리를 찾은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래타 코치가 강조한 “좋은 밸런스를 가진 선수들은 레그킥이 저절로 나온다”는 의견을 체득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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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과 KIA의 경기 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들이 말하는 래타 코치의 최대 강점은 ‘듣는 귀’다. 대화를 통해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점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훈련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원인을 명확히 분석한 뒤 ‘함께’ 답을 찾아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마법을 부린다. 다른 타격코치들도 모두 강조하는 타격의 3대 요소인 ‘중심이동-밸런스-타이밍’을 선수 스스로 찾을수 있도록 이끈다는 의미다. ‘래타 매직’이 미국과 한국을 강타하면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수직적 관계를 기반으로 했던 KBO리그 코치들의 지도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프로의 문화가 아마추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할 변화다.

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