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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국내 수입차 업계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두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을 벌이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올해 수입차 업계는 연간 기준 최대 판매량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력에는 할인 프로모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할인액이 커지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새로운 모델 출시를 앞두고 종종 할인 혜택이 강화된다. 마진을 일정부분 포기하더라도 단기간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입차 브랜드에게는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가격 정책에 대한 불신과 기존 소비자의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올라가는 기온에 따라 수입차 성장세도 ‘쑥’

수입차 시장은 최근 완연한 봄빛이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6만74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6% 증가했다. 특히 3월의 경우 총 2만6402대가 판매되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수입차 선두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1~3월 총 2만1633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32.09%에 달한다. 이 기간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량인 셈이다. 이어 BMW가 같은 기간 27.56%를 판매해 점유율 27.56%를 기록했다. 판매량 순위는 2위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판매 성장률은 57.7%로 수입차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합산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여기에 올해는 한때 국내 수입차 ‘빅4’로 군림하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본격적인 재판매에 나선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판매가 과거와 같은 판매세를 회복한다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본 -BMW Emblem

◇성장세 뒤로 드리운 그늘, 할인 프로모션

지난 2월 BMW의 ‘320d’가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320d는 2월에만 총 1585대가 판매됐다. 같은 3시리즈인 ‘320’도 683대가 판매돼 3위를 기록했다. 320d는 1월에는 베스트셀링 모델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단숨에 1위로 치고 나왔다. 순위가 급상승한 이유는 가격 할인에 있었다. 하반기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3시리즈는 연초부터 1000만원 이상 할인을 제시하며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신E클래스를 중심으로 할인 공세에 나섰다. 타던 차량을 반납할 경우, 최대 1500만원에 달하는 할인액을 제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그 결과 메르세데스 벤츠 ‘E200’은 3월 베스트셀링 1위를 되찾았다. 판매대수는 2736대에 달한다. 국산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판매량이다.

지난 2월 ‘파사트GT’를 앞세워 복귀한 폭스바겐코리아도 할인전에 동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딜러사의 할인 프로모션이라면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 본사 차원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파사트GT 찻값의 20%를 현금할인 해주고 200만원 가까운 혜택을 추가로 지원해주면서 복귀 초반 기선제압에 나섰다.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전체적인 판매량을 봤을 때, 이같은 선두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할인 프로모션은 수입차 시장 성장세의 큰 힘이 되고 있다.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입차 가격에 거품 논란으로 확대될 여지도 다분하다. 가격에 대한 불신은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Volkswagen%20Logo

이와 관련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견적서 실명제 도입하는 등 가격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인을 통한 판매량 끌어올리기는 모순된 상황”이라면서 “재고 처리와는 별개로 수입차 업계의 불신과 체질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ong7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