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황희찬, 번개 돌파!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서 몸싸움에 이은 슈팅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레오강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레오강=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김)신욱이 형하고 (황)희찬이요. 힘이 좋은 것 같아요.”

신태용호 붙박이 미드필더 이재성은 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직전 “누가 몸싸움을 가장 잘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김신욱과 함께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어린 황희찬을 꼽았다. 앞서 열린 체력 훈련에서 두 선수가 짝을 지어 몸싸움한 뒤 달려나가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황희찬의 힘을 칭찬한 것이다. ‘황소’란 별명처럼 저돌적으로 적진을 휘젓는 황희찬 움직임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설명이었다.

그런 황희찬이 신태용호 최종엔트리 23명 중 가장 오스트리아에 익숙한 점을 살려 골망을 정조준한다. 대표팀은 7일 오후 9시10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볼리 경기장에서 남미 볼리비아와 최종 소집 후 3번째 A매치를 펼친다. 황희찬은 손흥민과 함께 투톱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날이 갈수록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번엔 도움이 아닌 골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지난 달 28일 온두라스전, 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등 두 차례 A매치에서 역시 손흥민과 투톱을 형성했던 그는 매 경기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온두라스전에선 후반 28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낮고 짧은 패스를 내줘 문선민의 생애 첫 A매치 데뷔골을 돕고 2-0 완승에 기여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선 전반 30분 정우영의 전진 패스 때 볼을 왼쪽으로 재치 있게 돌려놓아 이재성이 상대 수비를 무너트리고 동점포를 꽂아넣을 때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신태용 감독이 공격 전술로 채택하고 있는 ‘돌려치기’가 황희찬에 의해 잘 구현됐다.

황희찬은 지난 2016년 9월1일 중국과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때 후반 교체로 들어가면서 A매치 데뷔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리우 올림픽 주전 공격수로서 성인대표팀 공격수 경쟁 체제를 구축할 잠재적 자원이 그를 바라보는 축구계 시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더니 이젠 월드컵에서 손흥민과 ‘원투펀치’를 이룰 만큼 성장했다. 그는 지난 3월28일 폴란드와 원정 A매치에서 2-2 동점포를 터트리며 다 졌다고 생각됐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적도 있다. 그 때 득점까지 합하면 최근 A매치 3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오스트리아가 그의 홈그라운드나 다름 없이 볼리비아전 득점 예감이 더 든다. 황희찬은 지난 2015년 1월 현지 명문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계약한 뒤 곧바로 2부 구단 리퍼링으로 옮겨 오스트리아 생활을 시작했다. 만 19세 나이에 외롭고 힘든 유럽 무대 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다행히 그의 재능이 빛을 발해 1년 만에 원소속팀 잘츠부르크로 승격, 1부에 데뷔했다. 지금은 잘츠부르크가 비좁다는 느낌이 들 만큼 유럽에서 촉망받는 공격수가 됐다. 잘츠부르크에선 1부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FA컵 등을 합쳐 85경기 29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황희찬은 크로아티아의 두예 칼레타-카르와 함께 오스트리아 프로축구에서 뛰는 선수로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유이한’ 존재가 됐다. 그래서 신태용호 최종 소집 훈련을 위해 귀국하기 전 오스트리아 언론과 인터뷰도 할 만큼 조명받았다. 볼리비아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열려 황희찬에게 더욱 반갑다. 인스부르크가 오스트리아 2부리그 소속이어서 황희찬에게 티볼리 경기장은 낯익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리퍼링 시절 두 차례 인스부르크와 원정 경기를 치러 1골을 넣는 등 좋은 기억도 갖고 있다.

황희찬은 ‘신의 작품’이다. 신 감독이 2015년 2월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어린 태극전사들을 찾다가 황희찬을 호출했기 때문이다. 그가 청소년 대표팀에서 뛸 때만 해도 “수비를 안 해서 좋아하지 않았다”는 신 감독은 막상 올림픽 대표팀에 뽑아 황희찬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성인 대표팀 감독이 된 지금까지 그를 중용하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과 함께 스웨덴의 느린 수비수들을 교란하는 투톱 일원으로 부상했다. 황희찬은 5일 인터뷰에서 “월드컵에 가는 것은 꿈이었다. 그러나 가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 더 잘 해야 한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볼리비아전 골이 터지면 “월드컵에서 잘 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할 확률이 올라간다. 손흥민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한국 축구의 16강 신호도 푸른색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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