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열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패장’이 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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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현재 개표결과 민주당은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14명(82.3%), 구시군장 226명 중 151명(66.8%), 국회의원 재보궐 12개 선거구에서 11명(91.6%)을 당선시키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반면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시도지사 2명(대구시장, 경북도지사·11.7%), 구시군장 53명(23.4%), 재보궐선거 1명(8.3%)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바른미래당은 단 한곳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호남의 적자’를 내세운 국민의당의 후신인 바른미래당은 전북 전남 구시군장 5석도 민주평화당에 뺏기며 호남에서 패권마저 내려놓게 됐다. 팔도강산에 설 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지지도 70%의 문재인 대통령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북미정상회담이 삼켜버린 지방선거 이슈,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반작용 등 여러가지로 야당에 불리한 지형에서 치러진 선거지만, 무엇보다 야당의 극심한 인물난과 비전 부재가 선거의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야당의 간판스타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이 있다. 보수정권 10년을 이끈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속되고 ‘묻지마’ 대북강경책이 북한의 급격한 정세변화로 힘을 잃은 상황에서도 과거의 전략에만 매달려 민심을 정확히 비켜나가 버렸다.
홍 대표는 ‘보수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막말을 쏟아내며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외면 받았고, 안 후보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자아도취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대권도전에 이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아이러니한 행보로 자기발을 묶어버렸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 합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합리적 보수’라는 색깔마저 잃고 미궁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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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수장의 실패가 확정된 지금에도 대안이 없다는 부분이다.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스르고 다시 깃발을 들고 당내 쇄신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양당의 공통점이다. 이대로 당이 자구책을 찾지못한 채 쪼그라들거나 소멸수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데 더 큰 우려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폄하해 자당 내에서도 사퇴론에 시달렸던 홍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최고위원회에서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방선거 유세전에서도 ‘당대표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세지원에서도 찬밥신세였던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포스트 홍준표 체제의 차기 주자들로는 심재철(5선)·나경원·정우택·정진석·주호영(이상 4선)·김용태·안상수(이상 3선)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누가 맡아도 쉽지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질적인 두 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존재 자체에 위기가 찾아온 상황이다. 합당을 통해 어떠한 시너지를 못낸 것은 물론이고, 각 당이 갖고있던 정체성마저 사라져 지지자는 물론이고 정치 생명에도 한계에 도달했다.
바른미래당 안 후보는 13일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하게 받들겠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할지,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조만간 외동딸 설희씨의 대학원 졸업식 참석 차 미국으로 떠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2011년 수많은 국민들의 기대 속에 등장했던 안 후보는 서울시장, 대통령 선거에서 두차례 민주당에 후보를 양보한 뒤 2013년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에 공식입문했다. 이후 민주당에 합류해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당을 수차례 갈면서 정치역정을 거쳤다. 하지만 당을 갈아탈수록 지지기반은 얇아졌고, 초반 안 후보와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등을 돌리고 떨어져나가면서 리더십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창당과 당운영을 맡았지만 사람을 키우는데는 능숙하지 못해 결국 늘 자신이 등판을 해야했고, 대통령에 도전했던 사람이 서울시장에도 떨어지는 참담한 결과를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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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표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유 공동대표는 앞서 “지방선거에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한 뒤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직을 비롯해 모든 당직에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나서 비록 득표율은 낮았지만 새로운 보수의 출현을 알리며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고도 이겼던’ 선거 이후 가장 빛났던 유 대표로서는 국민의당 합당이 결국 스스로에게도 당에게도 독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 출신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안철수, 유승민의 빈 자리를 메우며 단독 대표로 당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다. ‘0석 쇼크’로 크나큰 내상을 입은 바른미래당의 앞날은 안개 국면이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합당이 필요하지만 손을 잡을 정당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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