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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스웨덴의 축구대표팀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을 치른 가운데, 0-0으로 맞선 후반 주심이 비디오판독을 수용하고있다. 2018.06.18.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퇴장성 반칙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지난 15일(한국시간) 개막해 5일 동안 이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4경기의 퇴장자는 ‘0명’이다. 레드카드를 받고 다이렉트 퇴장을 받거나 경고 누적으로 쫓겨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초반 14경기에서 총 3명(레드카드 2, 누적 1)이 퇴장 당했다. 같은 기간 2010 남아공월드컵에 퇴장자는 총 4명(레드카드2, 누적2)이었다. 개막 후 14경기에서 레드카드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2년 만의 일이다.

옐로카드의 숫자에는 큰 차이가 없다. 4년 전에는 주심이 이 기간에만 40회 옐로카드를 꺼냈다. 남아공 대회에서는 47회로 그보다 조금 많았다. 이번 대회 44회와 비슷하다. 경고를 받을 만한 거친 반칙의 숫자는 유사하다는 뜻이다. 결국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규정하는 난폭한 수준의 퇴장성 반칙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비디오 판독(VAR) 도입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VAR로 인해 경기장 내 사각지대가 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이번 대회에 VAR 운용을 위해 경기장에 총 3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토너먼트 라운드에 돌입하면 두 대가 추가된다. 주부심뿐 아니라 VAR 보조요원 4명이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통해 정밀하게 동작을 관찰한다. 심판을 속일 방법이 아예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VAR은 오심을 바로잡는 것을 최대 목표로 선을 보였다. 득점과 관련된 결정적인 오심이 몇 차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지점에서 순기능을 하게 됐다. 현대 축구에서는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활동량이 늘어났다. 한 명의 공백이 전보다 크게 느껴진다. 레드카드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든 감독들이 선수들의 카드 단속을 철저하게 하는 추세다.

대회 전 각 나라 선수들은 VAR 운영 방식을 철저하게 숙지했다. 자연스럽게 레드카드를 받을 수 있는 거친 반칙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 한국의 경우 원창호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선수단 출국 전 교육을 통해 “무심코 팔꿈치를 휘두르거나 태클과 홀딩 파울을 하고 나서 퇴장까지 당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VAR를 통해 엄격해진 판정을 통해 불이익을 받으면 경기 승패에도 영향이 있는 만큼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주의를 줬다. 단순히 ‘조심하라’는 수준의 경고가 아니라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조금 더 지켜봐야 단언할 수 있지만 초반 분위기를 보면 러시아월드컵은 VAR 도입으로 인해 과거보다 퇴장자가 적은 ‘클린 월드컵’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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