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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월드컵과 올림픽은 4년마다 벌어지는 지구촌 축제다. 출전 자체도 쉽지 않은 이벤트다. 한 때 피겨의 요정으로 통했던 미국의 미셸 콴은 1996부터 2003년까지 9년 동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무려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2번 우승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에서는 은메달, 동메달에 그쳤다. 올림픽 불운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처럼 4년의 기다림에는 숱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올림픽은 대부분 개인적 불운에 그친다. 월드컵은 팀 스포츠다. 개인의 탁월함과 팀의 조직력이 조화를 이뤄야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동안 월드컵은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불운의 레전더리들도 꽤 많다. 심지어 출전조차 봉쇄당한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

골프의 메이저 챔피언인 로리 맥길로이와 대런 클락은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둘은 세계적인 골퍼이면서도 축구 사랑이 남다르다. 북아일랜드에서 축구는 문화로 정착돼 있다. 조지 베스트(1946~2005년)는 둘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신구교로 분리돼 오랫동안 내전을 겪었다. 1960~1970년대 신구교를 떠나 북아일랜드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영웅이 바로 축구 선수 베스트였다.

베스트는 1968년 22세 때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영국의 권위있는 월드 사커지가 뽑은 역대 최고 스타 100명 가운데 8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축구사에서 최초의 슈퍼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장발로 ‘제5의 비틀스’로도 통했다.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0년(1963~1974)을 뛰었고 196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팀에 안겼다. 그러나 베스트는 월드컵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1958년 처음 월드컵에 진출한 북아일랜드는 베스트의 전성기와 맞물리는 1962년부터 1978년까지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유럽의 축구팬들은 베스트의 월드컵 ‘노 쇼’를 지금도 못내 아쉬워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은 선수 가운데 하나가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26)다. 살라는 2017~2018시즌 32골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했다.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리버풀을 유럽 클럽 최고 대항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와 볼 다툼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 28년 만에 진출한 월드컵마저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와의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집트는 우루과이, 러시아에 연패를 당해 탈락했다. 26일 사우디아라비아전이 이번 월드컵에서의 마지막 무대다.

LA 에인절스 외야수 마이크 트라우트는 현역 최고의 선수다. 2011년 데뷔해 신인왕 MVP 2회, 올스타 6회 출전 등 공수에서 완벽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60년대 메이저리그 황금기를 수놓은 뉴욕 양키스 레전더리 미키 맨틀과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트라우트가 몸담고 있는 지난 7년 동안 딱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 전문가들은 트라우트를 트레이드하라고 압박했다. 현역 최고 선수의 포스트시즌 무대 좌절은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도 불행이라는 것이다. 사실 슈퍼스타들이 뉴욕 양키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살라의 기량을 토너먼트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이집트 국민들 뿐 아니라 축구팬들에게도 아쉬운 결과다. 월드컵 우승이 없는 역대 최고의 스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의 남은 경기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