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11
인천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차질 문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운항을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직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비리 및 박삼구 회장의 갑질 횡포에 대한 다양한 제보들이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80편의 항공기 중 53편 항공기가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지연됐고 2일에도 11편의 항공기가 지연됐으며 그중 6편은 아예 기내식이 없는 ‘노 밀’(No Meal) 상태로 운항했다. 3일에는 21편의 항공기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았고, 다음날인 4일에는 총 24편에 이르는 항공기가 기내식 없이 지연 출발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1일 당시 현장 승무원들에게 기내식 미탑재 사실을 ‘승객들에게 일체 알리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항공 일반 직원들은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단체 채팅방을 꾸리고 문제 상황을 공유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A씨는 “우리도 당일에 기내식 미탑재 사실을 알았고 구두로 지침을 들었다”며 “승객들이 지연이유가 알려지면 혼선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비행기 탑승후 이륙 직전에 안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무원은 “미리 사태를 알리고 승객들에게 공지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문제를 쉬쉬하고 비행기를 급하게 띄우려고 해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KakaoTalk_20180704_125750198-horz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준비하는 공간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모습.  출처 | 블라인드.

KakaoTalk_20180704_153106380
아시아나항공이 노밀 항공편 승객에게 제공한 고객우대보너스증서.  제공 | 독자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배급 중단으로 대신 지급하고 있는 30~50달러 TCV(고객우대증서) 바우처를 이용자들의 편익 제공이 아니라 회사 돈벌이에 악용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이코노미는 30달러, 비즈니스 클래스는 50달러 상당의 TCV를 승객들에게 제공하는데 비행기를 자주 타지 않는 승객들은 바로 사용하는 게 이득이라서 대부분 면세품을 산다”며 “30달러에 맞춰 살 수 있는게 많지 않아 추가 요금 더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마저도 수요가 많아 팔 물건들이 없어 욕도 듣고 직원들만 난처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TCV는 기내식 공급업체에서 받은 보상으로 지급하는 바우처다. TCV 때문에 비행시간이 짧은 중국, 일본 등 노선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한 후에도 기내면세품 판매를 진행하는 데 이는 안전규정 위반이다. 또 기내면세품 판매 수익은 임원진들이 경영성과로 챙겨간다. 회사가 돈벌이만 신경 쓰고 안전운항에는 소홀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내식 미탑재 문제를 하청업체에 덮어씌우는 책임 전가 행태도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기내식 제공 업체의 협력사 대표가 자살하는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이 바로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한 스카이세프그룹(LSG)과 계약 관계를 청산하고 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중국계 회사와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기내식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이 나 공급이 3개월 늦어졌다. 결국 급하게 국내 소규모 기내식 업체인 샤프도앤코와 임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가 도저히 정해진 시간만큼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없어 큰 압박을 받았고 아시아나 측에서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1일에 박삼구 회장이 탄 중국행 비행기에는 따뜻한 기내식이 제공된 데다 4일 귀국할 때도 승무원들을 동원해 꽃을 건네받는 등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제보도 나왔다. 더욱이 박 회장의 딸 박세진씨가 지난 1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한 점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입사 전까지 경영경험이 전혀 없다가 갑작스럽게 상무로 선임된 것은 재벌가 자녀만이 누릴 수 있는 잘못된 특혜라며 눈총을 받고 있다.

ss-20180704-1720-57-85
박삼구(오른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전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4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기내식 대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 회장은 “먼저 하청업체 대표의 죽음은 유감이며, 유족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미리 예측을 못하고 준비를 못해 많은 직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제 부족함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아시아나항공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오는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내식 대란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박삼구 회장 관련 의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