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2018 프로야구 KBO리그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넥센 박병호.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원조 홈런왕 박병호(32)가 경쟁자들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한 방을 날렸다.

박병호는 7월 3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26호 홈런을 때려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한 방이었다. 이 홈런으로 전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했고 홈런 부문 단독 5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경쟁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날 SK 선발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몸쪽으로 오는 공들에 두려움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1-1로 맞선 4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산체스의 빠른 볼을 커트해내며 볼카운트 2-2를 만들었고 산체스의 5구째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무려 155㎞짜리 강속구는 박병호의 스윙 한 방에 중앙 담장을 훌쩍 넘어갔고 비거리는 130m가 찍혔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병호는 SK를 제외한 모든 구단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으로 시즌 9번째로 전 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최근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박병호는 올시즌 개막 한 달도 안 된 4월 14일 종아리 파열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무러 37일 간 자리를 비웠다. 전반기 막판부터는 손목 통증으로 한 두 타석만 소화하고 교체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매특허 몰아치기로 단 73경기 만에 25홈런 고지를 밟으며 홈런 레이스 판도를 흔들었다. 지난달 22일 NC전부터 26일 KT전까지 4연속경기 홈런을 터뜨렸고 4경기 만에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최근 10경기에서만 7홈런을 때려내며 무서운 페이스로 홈런 레이스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다.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하는 261타수 만에 26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현재 홈런 페이스를 부상 없이 풀타임 소화했다고 가정해 추산하면 시즌 49.9홈런이 가능하다. 전대미문의 3연속시즌 50홈런(미국진출기간 제외)도 노려볼만 한 기세로 ‘역시 박병호’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현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13.5홈런을 더 때려내 40홈런 고지도 노려볼 수 있다. 홈런왕 판도 역시 끝까지 가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기후 박병호는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 “상대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했었는데 마침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성 공이 들어와 좋은 타이밍으로 연결이 됐다”고 설명했다. 홈런을 친 후에야 전구단 상대 홈런이란 사실을 알았다는 박병호는 “기록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팀이 앞서나가는 점수를 내서 기쁘다”고 팀 승리에 대한 기쁨을 더 크게 드러냈다.

현재 홈런 부문 1위는 SK 제이미 로맥(34개)이다. 이날 로맥은 단 한개의 안타만 때려냈고 홈런포는 가동하지 못했다. 또다른 상위그룹 경쟁자 SK 최정(31개)은 현재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다. 이날 전까지 공동 5위를 달리던 한동민까지 경쟁자들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한 방 날린 박병호에 홈런 레이스는 더욱 흥미롭게 됐다. 물론 본인은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박병호는 “오늘 경기를 하면서 경쟁자들을 별로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물론 홈런이 나와서 점수를 내면 좋지만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많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강팀 SK와 시리즈에서 첫승을 거뒀다는 게 의미가 더 컸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경기수가 많이 안 남은 만큼 “이제 곧 아시안게임 휴식기인데 최대한 승수를 많이 쌓아놓고 쉬어야 할 것 같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july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