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박병호, 홈런타자의 당당한 귀환
넥센 박병호가 25일 고척돔에서 열린 kt전 6-3으로 앞선 7회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고 있다. 고척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원조 홈런왕’ 박병호(32·넥센)의 전매특허, 홈런 몰아치기가 KBO리그 후반기 홈런왕 경쟁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달 31일 문학 SK전에서 4회초 SK 선발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26호 홈런이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올시즌 전구단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의 위엄을 뽐냈다. 박병호는 “홈런을 친 후에야 전구단 상대 홈런이란 사실을 알았다. 기록은 크게 의미없는 것 같다.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팀이 앞서나가는 점수를 내서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박병호의 진심이 묻어났다.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18경기에서 홈런 4개에 그친 박병호는 4월 중순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36일 동안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홈런왕 경쟁자들은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치고 올라갔고, 경쟁에서 뒤쳐진 박병호의 홈런왕 타이틀 탈환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부상 복귀전인 5월 20일 고척 삼성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한 복귀 신고를 한 박병호는 5월 출전한 10경기에서 5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홈런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6월을 지나 7월까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박병호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오히려 펄펄 날며 특유의 홈런 몰아치기를 가동 중이다. 6월에만 8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7월에는 9개의 홈런포를 때려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6홈런을 칠 정도로 최근 박병호의 방망이는 뜨겁다.

홈런 몰아치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넥센 강병식 타격코치는 “(박)병호가 시즌 초반에는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보니 당연히 타격 메커니즘이 무너졌고 성적도 좋게 나올리 없었다. 거기에 종아리 부상까지 덮쳤다”며 시즌 초반 박병호의 타격 부진 원인을 진단했다. 이어 “재활을 하면서 몸상태가 좋아졌다. 복귀전에서 홈런을 때려내지 않았나. 원체 홈런을 많이 때리는 타자니 몸상태만 정상이라면 지금과 같은 페이스는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더위 속에도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체력관리에 빈틈이 없다는 의미다. 강 코치는 “병호가 알아서 훈련량을 조절한다. 더위를 피해 시간을 앞당겨서 하기도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티배팅만 하고 훈련을 마치는 날도 있다. 코칭스태프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도움을 주지만 스스로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 코치는 완벽주의적 성격을 지닌 박병호가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점도 정체되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어느덧 26개의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는 올시즌 홈런 부문 단독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는 SK 제이미 로맥(33)과는 9개 차다. 최근 물 오른 박병호의 타격감으로 봤을 때 9개 차이는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남은 기간 대역전극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경쟁자들의 홈런 페이스가 대체로 좋다는 점이 변수다. 허벅지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인 SK 최정(31·31개)을 제외한 로맥, 두산 김재환(30·32개), KT 멜 로하스 주니어(28·28개)도 매서운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SK 한동민(29·27개)도 1일 문학 넥센전에서 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스퍼트를 올렸다. 박병호가 3시즌 만에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아오려면 이들의 타격감을 압도할 수 있는 폭발적인 타격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홈런 개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박병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온 후발주자 박병호의 가세로 올시즌 홈런왕 경쟁 구도가 폭염만큼이나 한층 더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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