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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작은 그의 홈런 한 방이었다. 이적 첫 해에 이미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타격기계’ 김현수(30·LG)의 가치가 다시 한 번 빛났다. 무심한 듯 때려낸 홈런 한 방이 팀 밸런스 전체를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김현수가 KBO리그 복귀 첫 해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인 2015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28홈런을 쏘아 올린 것까지 보태면 2연속시즌 20홈런 돌파다. 김현수는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3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1회초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임창용이 던진 몸쪽 포크볼(136㎞)을 걷어 올려 우월 2점 아치를 그려냈다. 지난 11일 고척 넥센전에서 홈런을 때려낸지 나흘, 세 경기 만에 가동한 대포는 마운드 집단 붕괴로 악화일로를 걷던 팀에 큰 울림을 전하는 의미 있는 한 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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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G 선발은 고졸(대구 상원고) 6년 차지만 실질적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중고신인 배재준(24)이 맡았다.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배재준은 곧바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2016년 정식선수로 등록했고 재활과 퓨처스리그 등판을 거듭하다 지난 4월 26일 넥센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2군에서 조정기간을 가진 그는 마운드가 붕괴된 지난달 29일 KT전을 시작으로 1군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날은 그의 두 번째 선발등판이었다.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인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의 대체자로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야 하는 중책까지 맡아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1군에서 선발경험이 거의 없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1회초부터 중심타자가 홈런으로 상대 기선을 제압했으니 팀 전체에 활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배재준은 1회말 곧바로 한 점을 허용했지만 LG 타선이 2회초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사 후 유강남이 중견수 뒤쪽 펜스를 직격하는 안타를 때려낸 뒤 박지규가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임창용에게서 빼앗아냈다. 박용택의 사구와 임훈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5-1까지 달아난 뒤 김현수가 또다시 우전 적시타를 때려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이어 채은성이 좌월 2점 홈런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단 2이닝 만에 8점을 몰아치자 배재준도 ‘맞아도 좋다’는 기분으로 씩씩한 투구를 이어갔다. 최근 불이 붙은 KIA 타선을 상대로 초구에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여유도 넉넉한 점수차 덕분에 가능했다. 김현수의 선제 2점 홈런이 그 신호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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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이 폭발하면 투수들도 ‘실점해도 괜찮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생겨 다른 때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투구한다. 수비 시간이 짧으면 야수들도 체력을 아낄 수 있어 공격 때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 매개가 되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날 LG에서는 김현수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13-2로 대승을 거둔 덕분에 배재준도 5이닝 5안타 2실점으로 감격의 프로 첫 승을 따냈다. 팀에 ‘기둥’이 필요한 이유를 증명한 경기였다. 김현수도 “팀 연패를 끊어 다행”이라며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