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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배가 마안딩을 꺽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살아있는 전설들’이 맞붙는다!”

종합격투기 로드FC 049가 지난 1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비스타 홀에서 열렸다. 이날 가장 이목을 끈 경기는 메인이벤트인 한·일 前現 챔피언간의 대결인 이은수와 미즈노 타츠야의 경기보다 지명도에서 훨씬 앞선 동갑내기 한국의 최무배와 일본의 후지타 카즈유키가 가진 경기였다. 두 선수는 모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1세대 격투기 멤버이다. 48세의 최무배는 자신보다 26세나 어린 중국의 마안딩을 1라운드 4분 7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물리쳤다. 후지타 카즈유키 또한 17세나 어린 미국의 베테랑 저스틴 모튼을 2라운드 1분 19초 만에 남북초크(North South Choke)에 의한 서브미션으로 꺾고 승리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멋지게 실천한 ‘아재 파이터들’의 화려한 복귀전이었다. 로드FC의 한 관계자는 “후지타 카즈유키가 최무배와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최무배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1월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이 맞붙으면 한·일간의 대결을 넘어서 올해 최고의 화제를 모을 대결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가 유망한 젊은 파이터들을 판정승이 아닌 TKO로 물리치는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팬들의 성원이 더욱 클 전망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격투기 한켠에서 보여주는 아재 파이터들의 분전(?)은 팬들을 넘어 온 국민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린 로드FC 049의 주요 경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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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의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걸린 랴자노프가 탭을 치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 페더급 박해진 vs 에브게니 랴자노프

박해진의 기술이 랴자노프를 압도했다. 18승 13패의 베테랑인 랴자노프가 초반 로킥으로 접근전을 벌였지만 박해진이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에 임했다. 박해진은 그라운드 기술로 랴자노프를 케이지에 뉘이며 공격기회를 잡았지만 랴자노프도 힘으로 빠져 나오며 포지션을 역전시켰다. 이후 두 선수는 서로 엉켜 스윕을 반복했지만 박해진이 2분을 넘길 시점 유리한 자세에서 목을 잡고 압박, 결국 1라운드 2분 23초 만에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랴자노프의 탭을 받아냈다.

주짓수를 베이스로 하는 박해진은 다수의 주짓수 대회에서 우승해 ‘주짓떼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날도 주짓수 실력자답게 탁월한 그라운드 기술로 랴자노프를 옥죄었다. 이날 승리로 7연승을 구가한 박해진은 현 챔피언 최무겸을 위협할 도전자로 급부상했다. 말솜씨도 뛰어나 전날 계체에서 “랴자노프의 별명이 ‘Bad boy’인데 경기를 통해 ‘Bed boy’로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했다. 경기를 통해 말솜씨 뿐만 아니라 실력도 입증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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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카즈유키가 저스틴 모튼의 얼굴을 강타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 무제한급 후지타 카즈유키 vs 저스틴 모튼

후지타 카즈유키가 명불허전임을 보여줬다. 후지타는 1· 2라운드 모두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1라운드에서는 그라운드 기술은 물론 타격과 킥을 섞어가며 모튼을 압박했다. 17세 차이로 체력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후지타가 체력으로도 앞섰다. 훈련량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1라운드 초반 모튼이 젊음을 믿고 후지타에게 저돌적으로 전진공격을 펼쳤지만 후지타의 철벽 같은 방어에 당황해 하며 계속 수세에 몰렸다. 2라운드에 들어서 후지타는 접근전을 펼치다 1분 만에 강력한 킥을 모튼의 얼굴에 성공시키며 케이지에 눕혔고 바로 태클에 이어 남북초크(North South Choke)를 걸어 1분 19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단 한번도 헛점과 공격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은 후지타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183㎝ 110㎏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후지타는 효도르 등 수많은 격투기 레전드들과 일전을 벌여 일본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는 지난 17일 계체에서 최무배에게 찾아와 공손하게 인사하는 등 실력 만큼 뛰어난 인성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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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배가 마안딩에게 파운딩 공격을 하며 경기를 끝내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 무제한급 최무배 vs 마안딩

최무배는 1라운드 종이 울리자마자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성급했다. 가드를 내리고 타격하다 되레 마안딩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으며 휘청거렸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었지만 최무배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1분이 지난 즈음에는 마안딩의 얼굴에 연타를 성공시켜 초반 실점을 만회했다. 이어 그라운드 기술을 구사하며 자신의 장기인 레슬링으로 마안딩을 압박했다.

최무배는 2분여를 남기고 마안딩에게 그래플링을 구사하며 케이지에 뉘였고 상위 포지션에서 무수하게 펀치를 성공시켰다. 결국 1라운드 4분 7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승을 거두며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8일 계체에서 “누가 끝이래!”라고 소리친 48세 최무배의 열정이 느껴진 멋진 경기였다.

최무배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마안딩은 유망한 선수다. 우월한 위치였기 때문에 심판이 빨리 경기를 중단시켜야 했다. 쓸데없이(?) 마안딩이 많이 맞았다”며 심판 판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신기술들 배우면서 대응력을 높인 것이 도움이 됐다. 이번 경기를 통해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동기를 찾았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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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타츠야가 이은수에게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로드FC

▶ 미들급 이은수 vs 미즈노 타츠야

전(前) 로드FC 미들급 2대 챔피언(이은수)과 현재 일본 DEEP 미들급 챔피언(미즈노 타츠야)의 한·일 대결로 화제를 낳았던 경기는 이은수의 아쉬운 경기운영으로 한국팬들을 실망시켰다. 2년 만에 케이지에 오른 이은수는 성급함이 앞섰다. 이에 반해 미즈노는 현 챔피언답게 풍부한 경험을 자랑했다.

1라운드 종이 울리자마자 이은수는 파이팅 넘치게 미즈노에게 접근했지만 그것이 패착이 될 줄은 몰랐다. 미즈노는 가드를 내리고 접근하는 이은수에게 강타에 이어 바로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의도치 못한 미즈노의 테이크 다운에 당황한 이은수는 밀려 넘어지며 머리를 케이지에 강타당했다. 이어지는 미즈노의 그라운드 기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은수가 강력한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걸려 1라운드 2분 32초 만에 미즈노의 등에 탭을 치고 말았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제공 | 로드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