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80820_141235889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선수들의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 수원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주 가관이다. 야구를 향한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헛웃음을 넘어 허탈함이 밀려온다. 야구를 이용해 이슈메이킹에 급급한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요직에 앉으려는 야구인도 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잇속만 챙기려는 이들로 인해 야구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10일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야구에 대한 무지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용감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을 출석시켜 놓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만 반복했다. 지난해 기록을 들고와서 퀴즈쇼를 펼치는가 하면 국가대표팀 유격수의 선발기준을 출루, 타율, 삼진, 실책으로 한정지었다. 한 순간에 박진만, 김민재 등 과거 대표팀 내야진을 진두지휘했던 유격수들을 자격미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야구계 변화와 흐름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채 알맹이 없는 호통만 일삼았다.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에 급급했다. 원인은 흐리멍텅한데 결과만 고래고래 외쳤다. 쟁점에서 벗어난 추궁까지 일삼았다. “사과 아니면 사퇴”, “2020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라며 마치 자신들이 대표팀 감독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듯 소리쳤다. 사상 처음으로 야구 대표팀 감독이 출석한 국정감사는 희대의 촌극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사당에서 40㎞ 가량 떨어진 수원KT위즈파크에도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솔솔 들린다. 과거 한 팀에서 뛰었던 야구인 출신 인사들이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KT 단장,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정권 앞에서 고개 숙여온 KT 그룹이 먹잇감이 된 모양새다. 이미 KT 선수단 대다수는 “오기로 확정된 것으로 안다. 이제 어떡하나?”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KT 유니폼을 수년 째 입은 한 코치는 “그렇게 오시더라도 야구철학이 확실한 분이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이 팀은 매년 기둥이 바뀌었다. 감독님은 한 분이지만 팀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은 계속 바뀐다. 정상적으로 구단이 운영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KBO리그도 단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야구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뚜렷한 이가 지휘봉을 잡지 않으면 현재는 물론 미래도 없는 삼류 구단으로 전락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팀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수 년이 필요하다. 리그 막내 KT는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KT는 그룹 인사를 통해 단장이 결정됐다. 오프시즌마다 갈팡질팡을 반복하더니 창단 4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뚜렷한 팀 컬러가 없다.

국정감사 질의응답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야구팬임을 강조해놓고 수준 이하의 질문만 일삼았다. 그럴 바에는 야구팬을 자처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정치적 보은 차원에서 주변인을 요직에 앉히라고 야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왜 국민적 공분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선 감독이 아닌 국회의원들을 향하게 됐는지 돌아보라. 그리고 기본부터 지켜라. 정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확실한 대안부터 마련하라. 야구가 시간 낭비, 세금 낭비나 일삼는 이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 없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