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박병호 \'오늘도 제가 해결할게요\'
2018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넥센 박병호가 경기 전 장정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5판 3선승제로 치르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그것도 원정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뒤 홈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으로 돌아온 박병호(32·넥센)는 “이기고 지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며 웃었다. 분위기만 보면 넥센이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것처럼 보였지만 분위기 싸움이 승패와 직결되는 단기전 특성을 고려하면 2승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박병호는 “우리 팀 정말 대단하지 않느냐”며 훈련 중인 후배들을 돌아봤다.

박병호가 넥센에서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2015년에는 이택근을 필두로 베테랑들이 제법 있었다. 2년 만에 돌아와 포스트시즌 세 경기를 치른 박병호의 소감은 “당시와 분위기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였다. 젊은 선수가 많아 경험부족이 화두로 던져졌지만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 없이 경기를 치르니 정규시즌 때와 비슷한 경기력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넥센의 훈련 분위기는 시즌 때만큼 평온했다. 세 경기에서 1승만 하면 된다는 여유가 밝은 표정을 이끌어냈다.

준PO 3차전. 이용규... 오늘은 승리를 향해 [포토]
한화 이용규가 22일 넥센전에 앞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반면 11년 만에 안방에서 치른 포스트시즌 두 경기를 모두 패한 한화는 복잡 미묘했다. 옆구리 통증이 도진 송광민은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세터로 공격의 물꼬를 터야 하는 정근우와 이용규도 악착같이 타격훈련에 임했지만 굳은 표정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 한 경기만 더 패하면 올해 야구가 끝난다는 아쉬움과 강산이 한 번 바뀌고 1년이나 더 지나서야 다시 밟은 가을잔치에서 힘 한 번 못쓰고 돌아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울분도 느껴졌다.

눈길을 끈 장면은 훈련 뒤 원정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던 선수들의 표정이 그라운드 위에서와 사뭇 달라 보였다. 어차피 벼랑끝에 몰린 신세, 더 잃을 게 없다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패배라는 결과를 머릿속에 넣기보다 고척돔을 가득 채운 관중에게 그래도 가을야구다운 플레이를 보여 드리자는 의지도 엿보였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가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공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아 던지는 모습이나 김하성의 빗맞은 타구를 대시와 백스텝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 가까스로 건져올려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3루수 김회성의 신중함에서 이번 가을잔치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 났다. 그러나 2회초 빅이닝 찬스에서 2득점에 그친 뒤 타자들의 스윙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한데는 결국 ‘1패면 끝’이라는 심리적 압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 틀림 없다.

서건창 2루타에 첫실점한 장민재[포토]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가 22일 넥센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5회말 볼넷에 이은 서건창의 2루타로 첫실점하자 송진우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넥센은 2회초 무사 1, 2루 위기에서 트리플플레이로 흐름을 끊은 뒤부터 준PO를 3차전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듯한 분위기로 변했다. 한화 배터리가 1, 2차전과 달리 바깥쪽 변화구 중심의 볼배합으로 소극적인 운영을 펼쳤는데 넥센 타선의 스윙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커졌다. 반면 한화는 실책과 폭투 등으로 분위기를 넘겨줄 듯 하다가도 버텨내자 조금씩 평정심을 되찾기 시작했다. 공 하나에 집중했고 다음 타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특유의 끈기가 살아났다. 그렇게 벼랑 끝에서 한 고비를 넘겼다. 단기전에서 팀 전력은 분위기가 절반이라는 속설이 도드라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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