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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이 아시안투어 신인왕 수상을 계기로 유럽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상금왕에 올랐을 때보다 기쁘다!”

서른다섯살, 운동선수라면 은퇴를 고민할 나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 최고의 루키에게 주어지는 신인왕을 받고 쑥스러운 듯 함박 웃음을 터트린 주인공이 있다. 바로 올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3관왕에 오른 박상현(35·동아제약)이다.

프로 14년 차를 맞은 박상현은 올해 KPGA코리안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12월 대상 시상식에서 상금왕, 최저타수상,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Best Player Trophy)를 휩쓸었다. 3관왕에 올라 골프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그의 상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3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시안투어 신인상까지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한 그는 올해부터 정식으로 아시안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코리안투어에서 거둔 3승 가운데 매경오픈과 신한동해오픈, 그리고 준우승을 한 한국오픈이 모두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린 대회여서 자동으로 투어 멤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대회를 중심으로 그가 올해 거둔 상금은 아시안투어 랭킹 2위(56만6211달러)에 해당했고 상금 순위로 신인상을 정하는 규정에 따라 서른다섯살에 최고 루키의 영광을 차지했다.

슈반카 샤르마(인도)와 상금왕을 다투기는 했지만 신인왕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박상현이다. 그래서 더 놀랍고 기쁨이 클 수밖에 없었다. 마치 회춘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골프인생을 새롭게 구상해보는 계기가 됐다. 시상식에 참가하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던 박상현은 “올해 상복이 터졌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받지 못한 신인상을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늦은 나이에 신인왕을 타니 상금왕을 수상했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직쇼는 신인왕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유럽프로골프투어 진출권을 보너스로 챙겼다. 공교롭게도 상금왕을 차지한 샤르마가 이미 투어 시드를 갖고 있어 차순위인 박상현에게 시드가 승계됐다. 복이 터졌다. 사실 그는 올 초만 하더라도 유럽투어 진출에 부정적이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해외생활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을 뿐더러 어마어마한 이동거리에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디오픈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등에 참가하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을 주무대로 뛰면서 유럽의 굵직한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유럽투어에서 열심히 해 세계랭킹을 더 끌어올리겠다. 이왕이면 4대 메이저 대회에 한 번씩은 참가하고 싶다”며 마음 속 꿈을 구체화했다.

평소 “매년 골프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런 내 모습 속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던 서른다섯살 박상현, 제2의 골프인생을 활짝 열어젖힌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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