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우리는 다음이 없다.”

벼랑 끝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준플레이오프(준PO) 시리즈 승리를 이끈 투수 두 명으로 승부를 걸어 1-0 신승. 시즌 종료 위기에서 시즌 연장에 성공했다. 승리 후 비를 바랐는데 진짜 비가 내리고 있다. 별명처럼 날씨까지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 LG 염경엽 감독이다.

제갈량은 동남풍. 염갈량은 편서풍이다. 18일 정오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염 감독의 예상대로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고 있다. 예보가 맞는다면 비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진다. 우천순연 가능성이 높은 LG와 삼성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이다.

우천순연이 확정되면 PO 4차전은 19일에 열린다. 그러면 LG는 다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카드를 펼칠 가능성이 생긴다. 에르난데스는 준PO 1차전부터 PO 3차전까지 6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했다. 롱릴리프 클로저로서 준PO에서 2세이브. PO 3차전에서는 3.2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정규시즌보다 막강한 구위를 뽐내며 기존 불펜진이 무너진 LG에서 일당백으로 활약하는 에르난데스다.

이 때문에 에르난데스 등판 여부는 경기의 키가 될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지난 17일 PO 3차전 승리 후 “내일(18일) 비온다. 기상 예보를 믿는다. 이를 믿고 에르난데스를 길게 갔다. 18일 경기를 하면 에르난데스는 못 쓴다”며 에르난데스가 투구수 60개를 소화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염 감독은 “PO 3차전이 19일로 미뤄지면 에르난데스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트레이닝 파트와 체크를 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에르난데스 등판이 승리를 100%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에르난데스에 앞서 등판하는 4차전 선발 투수 디트릭 엔스의 활약 또한 중요하다. 엔스는 준PO 1차전에서 5.1이닝 3실점. 4차전에서 3.1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시속 150㎞ 이상의 속구를 구사하는 좌투수지만 결정구 부재로 애를 먹었다. 엔스가 좌타자가 많은 삼성 상대로 반전을 일으키느냐가 PO 4차전에서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이다. 즉 일주일 이상을 쉰 엔스가 잘 던져야 에르난데스의 구원 등판에 따른 승리 공식도 만들어진다.

에르난데스 등판을 고려해 비를 기대한 LG지만, 삼성 역시 우천순연이 마냥 나쁘지는 않다. 3선발로 PO를 소화하는 삼성 입장에서 1차전 선발 대니 레예스가 5일을 쉬고 등판하는 것은 큰 소득이다. 더불어 5차전까지 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2차전 선발 원태인도 5일을 쉬고 21일 마운드에 선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PO 3차전 패배 후 “앞으로 나올 우리 선발은 완벽하다”며 선발 대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해봐야 안다. 지난 14일 PO 2차전이 비로 순연됐을 때도 그랬다. LG가 14일 엔스 대신 15일 손주영을 선발 등판시키며 유리할 것으로 보였는데 순연된 2차전 결과는 삼성의 10-5 완승이었다. 1, 2차전 레예스와 원태인의 호투를 돌아보면 여전히 주도권은 삼성이 잡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