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이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스웨덴 결승전에서 투구한 뒤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여자 컬링 전 국가대표인 경북체육회 ‘팀 킴(Team Kim)’의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지난 2월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낸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얼음 위에서 동그란 검은테 안경을 쓰고 똘똘한 눈빛으로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섬세한 투구를 뽐내면서 ‘안경 선배’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가 외친 “영미야~”는 국민 유행어가 됐다. 평창 대회 내내 ‘안경 선배’ 열풍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드로우 샷을 해낸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올림픽을 대표하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비록 결승에서 스웨덴에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으나 아시아 컬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역사를 지휘했다. 취미로 인테리어와 요리 등을 즐겨 경기장 밖에서는 ‘천생 여자’로 변신하는 김은정의 캐릭터는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을 인기 종목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이바지했다. 3월 열린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는 최종 성화 점화자로도 나서 또 한 번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김은정
김은정은 스포츠서울 1만호 기념 인터뷰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대구 | 최승섭기자

김은정의 인기는 단순히 외모와 실력 뿐 아니라 그의 남다른 리더십도 한몫했다. 컬링은 스킵의 샷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이 하우스에 갈 때까지 모든 구성원이 가담해 제 기량을 펼쳐야 성공하는 종목이다. 그럼에도 김은정은 “내가 완벽한 샷을 하면 완벽한 경기를 이끈다”는 글을 A4용지에 적어두고 올림픽 숙소에 붙여두며 자기 자신과 싸움을 했다. 또 “어느 상황이든 길이 없진 않다.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내가 무조건 해결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또 김은정은 지난 7월 대구 지역 스케이트 강사와 백년가약을 맺어 겹경사를 누렸다. 약 5년 열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변인이 결혼 과정을 전혀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보안을 지킨 끝에 깜짝 결혼했다.

[포토] 팀킴 김은정 \'인터뷰 때도 시키는 대로 말했다\'
경북 여자컬링팀 ‘팀킴’이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호소문과 관련해 지난 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은정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그렇다고 유쾌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10월 ‘팀 킴’은 올림픽 전후로 지도자로부터 부당대우를 받았다면서 호소문을 발표해 컬링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대부 구실을 해 온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 언제부터인가 사적인 목표로 자신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도자에게 욕설과 폭언도 들어 모욕감을 느꼈고 포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경두 월드’로 묘사되는 컬링계 부조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엄청난 이슈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팀 킴과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지역 선수, 지도자도 지지를 선언하면서 김 전 부회장 일가의 실체가 드러났다. 결국 지도부 전원 사퇴로 귀결되면서 컬링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아직 20대인 선수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 있게 호소문 발표한데는 ‘맏언니’이자 스킵인 김은정의 결심이 컸다. 김은정은 “우리는 다시 하나의 팀으로 컬링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면서 “한 두 달, 1년 기다리면 지도자가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운동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 호소문을 냈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고백은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경상북도의 합동 감사로 이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낸 김은정은 좋은 기억만 안고 2019년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 시즌 다시 ‘팀 킴’을 이끌고 태극마크를 회복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하다. 대중들은 다시 팀 킴과 김은정을 주목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