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강백호가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T 이강철 감독이 ‘투수 강백호(20)’를 포기(?)했다. 세심한 그의 성향이 묻어나는 방식으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위치한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강백호는 8일(한국시간) 불펜피칭을 했다. 지난해 데뷔 후 캠프 기간 중에 불펜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감독 취임 후 가볍게 넘긴 “강백호의 겸업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말이 이슈가 됐고, 마치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KBO리그에도 탄생할 것처럼 비쳤다. 강백호는 지난해부터 “투수보다는 타자에 전념하고 싶다. 타석에 서는 것이 더 즐겁다”며 우회적으로 야수에 집중할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제성에 집중하는 일각의 시선에 항상 투타겸업 가능성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이 감독도 이런 정황을 모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강백호의 겸업 가능성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KT 이숭용 단장과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등 대다수 관계자가 “(강)백호는 이제 2년차를 맞이한다. 프로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려면 향후 2~3년 간 한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만류했다. 이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불펜피칭은 그래서 결정됐다. 이른바 ‘이도류’ 가능성에 관심이 높으니 직접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종의 절차였던 셈이다. 불펜에서 20개를 던졌고 평소 겸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관리를 했던 강백호는 예상대로 썩 좋은 공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을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볼끝이 묵직해, 처음보는 관계자들에게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 한 투구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상체 위주로 던지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다.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려면 따로 훈련을 해야하는데, 두 가지 훈련을 병행하면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투수 강백호’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투구 밸런스 등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보강할 수 있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해야 하는 강백호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앞으로도 강백호의 겸업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감독이 이날 첫 불펜피칭에서 단 20개의 공만 지켜본 뒤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백호도 만에 하나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투수도 할 수 있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과감히 내려놓을 명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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