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윤성빈이 지난해 2월15일 평창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경기에서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경기 당일 아이스 컨디션을 고려한 러너(날) 선택과 습관적으로 들리는 어깨 잡기. 월드컵 ‘올 포디움(출전한 전 대회 3위 이내 입상)’을 달성한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25·강원도청)이 세계선수권대회를 겨냥해 핵심 과제로 내건 두 가지다.

윤성빈이 남자 스켈레톤 새 역사 창조에 나선다. 그는 8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2018~2019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세계선수권 스켈레톤 남자 부문에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은 스켈레톤 역사에 전무한 ‘올림픽-세계선수권 동시 챔프’를 꿈꾸고 있다.

윤성빈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상과 같은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로부터 황제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는 사후활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홈트랙’ 평창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가 잠정 폐쇄돼 시즌 개막 전 충분한 훈련량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8차례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 호성적을 거두면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더구나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휘슬러는 윤성빈의 스켈레톤 인생에서 ‘약속의 땅’과 다름이 없다. 썰매는 코스 주행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휘슬러 트랙은 윤성빈이 2014년 입문 이후 가장 많이 탄 코스이자,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했다. 윤성빈은 세계선수권에서는 아직 우승이 없다. 지난 2015년 빈터베르크 대회에서는 8위에 그쳤고, 2016년 인스부르크 대회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만큼은 약속의 땅에서 금빛 레이스를 목표로 한다.

최대 변수는 러너 선택이다. 월드컵에서 ‘올 포디움’ 역사를 썼지만 시즌 랭킹에선 1680점으로 러시아 출신 경쟁자인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1704점)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용 총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월드컵에서 트레티아코프에게 근소하게 이기거나, 큰 차이로 패한 레이스가 많다”며 “(시즌 전) 훈련 환경이 좋지 않아 썰매와 러너를 제대로 실험하지 못한 흔적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 감독과 윤성빈이 중점을 두는 건 러너일 수밖에 없다. 보통 날씨가 따뜻해 트랙 아이스에 물기가 많으면 두껍고 투박한 형태의 러너를 사용한다. 반대로 날씨가 춥고 아이스가 단단하면 얇고 날카로운 형태의 러너를 꺼낸다. 윤성빈은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러너를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해 실험 과정을 거쳐 올림픽 당일 아이스 컨디션에 맞는 최적의 러너를 선택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훈련장 폐쇄로 러너를 충분하게 실험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온도계를 휴대하면서 트랙 빙질을 최대한 섬세하게 살피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건 지난달 25일 8차 월드컵 우승 당시 주행한 캐나다 캘거리와 휘슬러의 온도 차이가 큰 점이다. 이 감독은 “캘거리는 경기 당일 영하 20도를 오갔다. 휘슬러는 최저 기온이 영상권이어서 20도 가까이 온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러너 선택과 주행 자세 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홈트랙 폐쇄와 함께 스타트훈련장도 사용하지 못해 지난 월드컵에서 윤성빈의 최대 장점인 스타트 기록도 평소보다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호성적을 낸 건 드라이빙 기술이 올림픽 이후 더욱 노련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겨냥하려면 자세 보완이 필수다. 이 감독은 “스켈레톤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게 필수적이다. 성빈이는 코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약간 어깨가 들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자세를 교정하면 더 완벽한 선수가 될 것이다. 세계선수권부터 더욱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