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포스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류준열과 돈의 조합. 쫄깃하고 치명적이다.

6일 영화 ‘돈’(박누리 감독)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평범한 청년이 순식간에 떼돈을 벌게 되는 이야기가 혹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범죄물 특유의 스릴감과 배우 류준열의 두뇌싸움이 선사하는 ‘뇌섹미’는 관객들의 호응을 기대하게 한다.

영화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조일현(류준열 분)이 신입 주식 브로커로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하면서 시작한다. 업계 1위의 증권사에서 빽도 줄도 없는 지방대 출신의 그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리는데,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범죄인 줄 알지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그는 순식간에 실적 0원에서 수십억을 버는 인물로 거듭나고,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한지철 검사(조우진 분)가 나타나면서 조일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조여오는 수사망과 동료의 의심, 그리고 번호표의 압박까지. 과연 조일현은 어떤 선택을 하며 위기를 타개할지, 과연 부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며 영화를 몰아간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클릭 몇번으로 이뤄지는 금융범죄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칫 화면 속 숫자를 놓치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수 있다. 그러나 화려한 돈의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 이야기다. 또,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주인공의 말로는 많은 작품들에서 다뤄졌지만, 과연 ‘돈’의 류준열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67회차중 60회차에 출연,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류준열이 펼치는 연기가 몰입감을 더한 덕분이다. 풋풋한 신입사원이 실적이 없어 망연자실하고, 돈의 유혹 앞에서 조바심 내고 불안해 하다가도 막상 돈맛을 본 뒤 자신감에 차오른 모습에 이르기까지 류준열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조일현이라는 인물은 관객들로 하여금 애정을 갖고 바라보게 만든다.

또한, 청운의 꿈을 품고 취업해 선배들의 커피 취향까지 꿰고 각종 배달음식을 책상 위에 대령하는 조일현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미래형 같은 모습이다. 이내 현실을 맞닥뜨리고 절망하는 모습은 이미 많은 청춘들이 경험한 이야기다. 잘못된 돈의 유혹에 빠졌다고 의심하는 동료 앞에서 절규하듯 스스로를 방어하는 조일현의 모습은 경험하지 않았어도 이해가 되는, 누구도 욕할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만큼 류준열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순수함부터 돈이 가져다주는 자신감, 돈이 주는 압박으로 인한 긴장감 등을 그리는데 손색 없는 연기력을 펼쳤다. 돈이 없을 때 어수룩했다가 돈을 벌수록 스타일이 살게 되는 류준열의 패션도 관전포인트다.

여기에 유지태, 조우진, 김재영, 김민재, 정만식, 원진아 등이 여의도 금융가 사람들로 나서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채운다. 1년여간 여의도로 출·퇴근하면서 증권가를 취재한 박누리 감독이 주식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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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