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혈압 환자
대표적인 국민질환인 고혈압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생각되지만, 사실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제공 | 강동경희대병원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대표적인 무증상 질환으로 꼽히는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불리는 대표적인 국민질환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 수는 이미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환자는 26.9%를 차지했다. 대략 30세 이상 성인의 1/4 이상이 고혈압인 셈이다. 흔히 고혈압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생각되지만, 사실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게다가 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사망 위험요인 1위 질환이다.

◇증상도 없는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

고혈압이 사망 위험요인 1위에 오른 이유는 높은 혈압 자체가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도 포함된다. 평소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내는 심장은, 혈관의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부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높은 혈압은 온 몸의 혈관(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신장(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키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거나 나중에는 결국 신부전(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 젊어서 더 위험한 30~40대 고혈압 환자

국민 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은 26.9%에 달했으며 30대는 11.3%, 40대는 19.2%의 유병률을 보여 젊은 층 환자도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고혈압 환자의 문제는 첫째 젊은 환자 상당수가 고혈압이 있어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30~40대는 주위 환경조차 고혈압에 취약한데, 경제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피로, 술과 담배 등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 “30~40대 고혈압 환자는 젊음을 이유로 치료에 소홀하고 질병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더욱이 바쁜 경제활동 때문에 스트레스와 피로는 달고 살면서도 운동하기도 힘들고 병원을 찾기도 힘들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간이 오래되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올라가므로 젊다고 해도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약은 외면하고 나쁜 생활습관이 더해지면 혈압이 더 오르면서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발생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실제 응급실로 오는 젊은 심뇌혈관질환 환자 중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몰랐거나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고혈압이면 무조건 약을 평생 먹어야 할까?

젊은 고혈압 환자가 치료 약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없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고혈압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 모두가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 혈압 (120/80 mmHg 미만)과 고혈압 (140/90 mmHg 이상)의 중간에 있는 경우 염분 섭취를 줄이고 체중 조절과 금연을 하는 등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혈압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심비대·심부전·콩팥병과 같이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맞다.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게 되면 환자에 따라서는 의사의 진단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생활 속 고혈압 예방 수칙1.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2. 살이 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3.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 4.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5. 지방질을 줄이고 야채를 많이 섭취한다.6.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7.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